[미디어 월드]장밋빛 IPTV도 창조적 인프라 없인 DMB전철 밟는다

  • 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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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 미디어업계의 화두는 단연 방송 통신 융합이다.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TV(IPTV) 특별법이 곧 공포될 예정이고 올해 안에 IPTV 상용 서비스가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방송 관련 정책 부서 또한 방통 융합에 맞추어 큰 폭으로 개편될 것이 확실시된다.

방통 융합의 상징인 IPTV는 그 말만으로도 첨단의 느낌을 만들어 낸다. KT와 같은 대기업들이 참여한다고 하니 산업의 이미지도 강하다. 일반인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골몰하는 정책담당자들에게도 IPTV는 매력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기획조정 분과위원회 산하에 방통 융합을 전문으로 다루는 태스크포스(TF)가 설치된 것을 보면 IPTV에 대한 새 정부의 높은 관심을 읽을 수 있다.

질 높은 고용의 창출이 시급한 국가 과제인 우리의 상황을 고려할 때 새로운 미디어 산업에 대한 높은 기대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산업 중심적 시각에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미디어 비즈니스는 굴뚝 산업과 다르다. 돈과 기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좌초 직전인 위성멀티미디어방송(DMB)이 좋은 예다. 3, 4년 전만 해도 DMB는 미디어 산업의 총아로 각광받았다. 당시 DMB는 새로운 방송 서비스와 수요를 만들어 수천억 원대의 시장이 형성되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현재 SK텔레콤이 투자한 TU미디어는 수천억 원의 누적 적자로 자본 잠식 상태다. 최근 기구를 대폭 축소하는 구조조정마저 단행하는 등 사업이 더 지속될지조차 의심되는 상황이다.

IPTV가 DMB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장밋빛 전망으로 포장된 DMB가 국가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 당시의 전망이 틀렸다면 왜 그런지도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같은 시기에 미국의 빈털터리 두 젊은이가 시작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의 성공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미디어 비즈니스에서는 개인의 창의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그것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든다. 창조적 개인이라는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다. IPTV 역시 예외는 아니다.

새 정부의 모토는 ‘창조적 실용주의’라고 한다. 프로 정부라면 거대 독점 기업의 무분별한 투자에 휘둘리는 정책은 그만두어야 한다. 창조적이고 실용적인 개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그것이 좋은 미디어 정책이다.

안민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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