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제라르 뱅데]자율의 날개 단 佛대학

  • 입력 2007년 9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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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 후 4개월도 안 되는 동안 누구나, 심지어 야당까지도 인정하는 활력과 추진력을 보여 주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대학의 자율에 관한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6월 제안돼 한 달 남짓한 토론을 거쳐 8월 2일 상하원에서 채택됐다. 프랑스의 대학은 (미국 언론이 보도하는 것과 달리) 뛰어난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갖고 있으며 과학 의학 인문학 법학 등 많은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고등교육 체계가 앞으로도 세계 선두그룹에 남아 있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 총장과 이사회가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은 지는 수십 년이 됐다. 그러나 어떤 정부도 대학을 달라진 현실에 맞게 바꿀 방법을 찾지 못했다. 프랑스의 교육 체계는 바꾸기가 어렵게 돼 있다. 대학 개혁은 리스크가 크다. 과거에도 종종 공약에 포함됐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몇몇 장관은 학생단체와 교원노조의 반발에 밀려 관련 법안을 철회했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가 대학 자율에 관한 법을 ‘가장 중요한 입법’이라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법에 결점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필요한 개혁을 모두 다루지는 않았다. 대학의 학생선발권과 등록금 인상은 신중한 검토 끝에 제외됐다. 이 두 문제가 학생들에게 특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대학 내부 조직도 건드리지 않았다.

새로운 법은 대학의 자율과 운영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의 대학은 모두 국립대이다. 학위는 국가 학위이며 교직원은 국가시험을 통해 선발한다(총장은 교직원 채용에 간섭할 수 없다). 건물과 기타 부동산도 국가 소유다. 등록금은 국가가 정한다. 이런 체제에서 대학은 스스로 처분할 수 있는 어떤 고유한 자산도 갖고 있지 않다.

새 법에 따라 대학 운영위원회의 구성원은 최대 60명에서 30명으로 줄었다. 총장은 연임이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총장은 5년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야 했고, 다시 5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총장이 될 수 없었다. 연임이 가능하다는 단순한 사실에 따라 대학 정책이 지속성을 갖게 됐다. 자율을 받아들이는 대학은 자산을 원하는 대로 처분할 수 있다. 총장은 교직원 채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이런 새로운 권한은 자율을 원하는 대학에만 부여된다.

국가와 대학의 관계는 4년마다 계약에 의해 갱신된다. 국가가 대학에 어느 정도까지 자율권을 줄지는 이 계약에 따라 결정된다. 계약이 체결되면 대학은 학생에게 어떤 학과에서 어느 정도의 취업 기회를 보장하는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취업 기회가 없는 학과는 예산을 배정받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대학의 학과는 현실 수요에 맞게 조정될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12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를 연구에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무려 150억 유로(약 19조2000억 원)의 증액을 뜻하는 것이다. 과학잡지 ‘네이처’에는 역대 프랑스 우파 정부가 언제나 연구를 국가의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지키지 않았다는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오히려 좌파 정부, 특히 리오넬 조스팽 총리 내각의 클로드 알레그르 교육부 장관 아래서 이런 약속은 어느 정도 지켜졌다. 우파인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 점에서도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해 주기를 기대한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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