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촘촘한 봉사조직 1500개팀 6만5000여명 맹활약

  • 입력 2007년 5월 2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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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자원봉사팀은 국경 너머에서도 땀을 흘린다. 몽골 울란바토르 특수학교에서는 기숙사 건립을 위한 성금을 전달한 뒤 기숙사로 연결되는 보행로를 만드는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자원봉사팀은 국경 너머에서도 땀을 흘린다. 몽골 울란바토르 특수학교에서는 기숙사 건립을 위한 성금을 전달한 뒤 기숙사로 연결되는 보행로를 만드는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경기 용인시 원삼면 독거노인 주택의 두꺼비집을 수리하고 있는 삼성전자 전기 기술자. 사진 제공 삼성전자
경기 용인시 원삼면 독거노인 주택의 두꺼비집을 수리하고 있는 삼성전자 전기 기술자.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

‘우리 동네에는 노인들이 일하는 콩나물 공장이 있다. 이곳의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전기를 좀 만질 줄 아니까 전기설비를 손봐 줘야겠다. 오폐수 처리 설비에 대한 지식이 있으니 정화시설 설비도 점검해 줘야지. 그 회사의 콩나물도 사 주고…. 참, 동네에 공부방이 새로 생겼던데 영어 교사가 필요하다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도 해야겠다.’ 삼성전자가 법인이 아닌 개인이라면 주말마다 이런 생각을 했을 법하다. 명석한 두뇌와 건장한 체구를 지닌 청년으로서 말이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8만3000명으로 이뤄진 거대한 조직이다. 이들 중 6만5000여 명이 무려 1500개의 자원봉사팀을 결성해 이웃을 돕고 있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전통은 자원봉사 활동에서도 발휘된다. 전략과 효율을 바탕으로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활동하는 것이 목표다.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 시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책무라는 점을 기업 차원에서 임직원들에게 강조하고 교육한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

노인들의 콩나물 공장을 돕는 구상은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다. 콩나물 공장의 전기 시설과 정화 설비를 삼성전자 충남 탕정사업장 인력이 책임지고 관리한다. 삼성전자의 전기 기술자는 콩나물 공장의 전기 시설을 점검한다. 오폐수 처리 전문가는 콩나물 공장의 정화 설비를 정기적으로 살핀다.

삼성전자에는 전문분야에서 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인력이 많다. 박사급 인력만도 40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아이들 공부방을 찾아다니며 수학과 영어를 가르친다. 외국생활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은 영어교사로 봉사활동을 펼친다. 취미 생활을 함께하는 동호회 회원들도 뜻을 모아 봉사활동 현장을 누빈다.

스포츠마사지 동호회 회원들은 프로 못지않은 마사지 기법으로 노인들의 팔다리를 주무른다. 제과·제빵 동호회 회원들은 주말이면 조리 기구로 빵과 과자를 만들어내느라 비지땀을 흘린다.

사회복지관이나 보호시설 등을 찾아다니며 벽화 봉사활동을 벌이는 단체도 있다. 디자인과 미술을 전공한 사원들이 참여한다. 황금 같은 5월의 휴일을 벽화 봉사활동으로 보낸 디자인그룹의 최진호 씨는 “완성된 벽화 앞에서 미소 짓던 뇌성마비 장애인들을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는 봉사활동 소감을 사내 게시판에 남겼다.

○지역 일은 우리가 먼저

삼성전자 경기 기흥 반도체사업장에는 ‘특별한 직원’들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년소녀가장으로 삼성전자 직원들의 도움을 받던 이들이다.

회사 측은 인근 지역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건전하고 올바르게 학교생활을 마치면 취직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소년소녀가장들은 현재의 어려움을 견디게 해 주는 ‘희망’을 선물받는 셈이다. 단순하게 몇 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긴 안목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삼성전자 직원이 된 소년소녀가장 출신 중에는 열심히 생활하면서 자원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인 이들이 많다. 사내의 사회봉사단사무국 정호진 부장은 “이들의 활동을 보면서 직원들은 ‘자원봉사 활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역에 밀착된 봉사활동을 지향하고 있다. 서울 수원 기흥·화성 탕정 구미 천안 온양 등 전국의 사업장에서는 각각 인근 지역 주민을 돕는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친다. 사업장이 없는 충북 지역에서도 280여 명의 불우청소년을 돕고 있다. 생활비 지원과 함께 이들 청소년들이 인생 문제를 상담할 수 있도록 회사 내 자원봉사팀과 자매결연을 맺어 주고 있다.

○자원봉사의 ‘피드백’

‘사이가 나쁜 팀들을 같은 곳으로 보내라.’

삼성전자의 자원봉사 활동을 관리하는 사회봉사단사무국의 ‘원칙 아닌 원칙’이다. 자원봉사를 다녀온 한 직원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른 팀 소속 직원과 관계가 좋아졌다는 후일담을 사내 게시판에 남긴 뒤 불문율이 됐다.

예컨대 인사팀과 재무팀의 사이가 원활하지 않다면 함께 엮어서 봉사 현장에 보내고, 현장에서 자주 부딪치는 엔지니어와 사업장 여사원을 같은 봉사팀에 소속시키는 식이다. 업무로 얼굴을 붉혔더라도 인간의 가장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봉사 현장에서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특정팀을 지정해 일부러 같은 봉사 현장에 보내 달라는 청탁이 있을 정도다. 사회공헌 활동은 사내 커뮤니케이션 향상의 ‘비타민’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1년에 2회(사업장에 따라서는 1회)씩 개최하는 사랑의 달리기 대회도 이런 부수적인 효과를 낸다.

달리기 대회에 참가한 직원들이 낸 금액만큼 회사에서도 돈을 내 봉사활동 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이 대회의 진짜 목적이다. 땀을 흘린 뒤 팀장과 팀원이 함께 마시는 맥주 한잔은 팀워크를 다지는 촉매제가 된다.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한 직원들은 영혼의 충만감을 맛본다.

“나보다 힘든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천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더 긴급한 것이 있어…. 나중에 봉사하고 기부해야지.’ 이런 말을 방패 삼아 경제 활동과 윤리적인 삶을 분리합니다. 내 인생을 아름답고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는 것이니까요.” ‘소원별 희망천사’ 자원봉사팀에서 활동 중인 김판재 씨가 봉사 후일담으로 남긴 글이다.

삼성전자는 1500개나 되는 자원봉사팀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원들을 위해 사회봉사단 사무국과 8개의 자원봉사센터를 두고 있다. 이들 조직은 ‘나눔과 봉사’의 정신이 기업문화로 스며들 수 있도록 땀을 흘리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글로벌 사회공헌 “봉사도 세계 속으로”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기업이 펼치는 사회공헌 활동 분야는 다양하다.

사회복지뿐 아니라 문화예술과 학술교육, 국제교류, 환경 체육 분야까지 망라돼 있다. ‘글로벌 기업시민’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법인들도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회복지사업으로는 시각장애인컴퓨터교실, 새내기 사회복지상, 디딤돌 장학사업, 청각장애인 인공와우 수술지원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학술교육사업은 창의력올림피아드, 동요보급운동, 학생과학탐구올림픽대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제교류분야에서는 삼성-베트남 학술교류사업, 삼성-유네스코 교육기금사업 등이 있으며 환경 체육사업에는 환경체험교실, 조류 탐사, 육상단 지원 등의 활동이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의 동남아 법인들은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7개국에서 디지털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기술 및 정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북미법인은 ‘희망의 4계절’이라는 자선 마케팅 프로그램을 통해 골프, 야구, 농구, 미식축구 분야의 유명 선수가 후원하는 자선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2002년 이후 3년간 350여만 달러의 기금을 전달했다.

삼성전자의 경영진은 주요 행사 때마다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고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소리를 듣지 못했던 청각장애인들에게 세상의 소리를 선물하는 사랑의 캠페인을 꾸준하게 펼쳐나갈 것입니다.”(올해 2월, 정보통신총괄 최지성 사장)

“앞으로 컴퓨터 교육과 같은 보다 체계적인 전문 봉사활동을 강화할 것입니다. 따뜻한 이웃으로서 지역 사회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작년 9월, 기술총괄 이윤우 부회장)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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