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폴 크루그먼]2007년 증시 폭락의 추억?

  • 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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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필자가 2008년 2월에 쓰게 될 칼럼을 가상해서 작성한 것입니다.―편집자)

지난해(2007년) 세계 증시 폭락은 정확하게 말해서 그보다 한 해 전에 시작됐다. 2006년 상하이(上海) 증시는 9% 하락했으며 다우지수는 416포인트 떨어졌다. 1997년 여름 태국 밧화 폭락이 세계 금융위기로 확대되는 데 몇 달이 걸렸듯이 2006년 상하이와 뉴욕 증시 하락이 얼마나 큰 파장을 낳을지 사람들이 깨닫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지난해 뉴욕 증시가 폭락하자 여러 가지 설명이 제시됐다. “미국 주택시장 냉각이 경기침체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너무나도 당연한 발언이 시장 불안을 부추겼다는 비난이 있었는가 하면 심지어 존 머사 하원의원의 이라크 철군 주장을 탓하는 이들도 있다.

뉴욕 증시 폭락의 이유를 상하이 증시에서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하이 증시 하락이 미국 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빼고는 두 시장 사이의 연관관계는 없다.

사실 증시 하락을 어떤 특정 요인으로 돌리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다.

현명한 분석가라면 1987년 10월 19일 뉴욕 증시 폭락에 대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통찰력 있는 연구를 기억할 것이다. 그는 바로 이전 주말에 발생했던 어떤 뉴스나 소문도 19일 폭락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자들이 그렇게 하니까 주식을 내다 팔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2007년에 무엇이 투자자들을 공황 상태로 몰고 갔는가.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그린스펀 전 의장이 1990년대 말 미 증시의 호황을 가리켜 한 말)’이 아니라 ‘비이성적 자기만족(irrational complacency)’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말 세계 금융시장이 닷컴 열풍의 몰락으로부터 큰 타격을 입지 않자 사람들은 더는 시장에 악재가 없을 것이란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 채권시장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점차 줄어든 것이다.

2000년대 초 수익률은 높지만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채권(정크본드)을 사는 사람은 미국 국채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은 금리를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정크본드와 국채 사이의 금리 마진은 2%포인트 이하로 떨어졌다.

정크본드의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이 그만큼 오른다는 것이고 채권을 가진 사람들이 그만큼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들은 ‘이제 시장에 더는 리스크가 없다’는 만족감에 빠지게 됐다.

그러나 현실은 피할 수 없는 법. 지난해 초 주택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면서 모기지 대출 연체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모기지 연체는 주택시장과 미국 경제 전반을 침체로 몰아넣었다.

지난해 2월 27일 뉴욕 증시 폭락 직후 시장은 조그마한 소식에 급등락을 거듭하는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자의 얼굴에는 걱정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왜 투자자들은 시장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지 못할까. 언제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을 포함한 시장 비관론자들조차 그렇다.

본인은 지난해 3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시장 폭락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시장이 이런 식으로 폭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일 위기가 닥친다면 이런 식이 될 것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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