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 에세이]열정만한 ‘철밥통’은 없다

  • 입력 2007년 1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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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행원 채용 면접시험에서 “은행에 들어오면 어떤 일을 하기를 원하는가”라고 물어 보면 프라이빗뱅킹(PB업무)을 원한다는 지원자를 많이 보게 된다.

지원자 대부분은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나도는 시대에도 은행원은 상대적으로 직장이 안정돼 있기 때문에 여전히 ‘철 밥통’으로 알고 있다. 은행을 안정적이고 화려한 일터로 생각한다.

더구나 은행 업무 중에서도 번잡한 일반 영업점과는 달리 유명 화가의 그림으로 벽을 장식하고 카펫 깔린 사무실에서 영업을 하는 PB 업무는 철 밥통을 넘어서 신전(神殿)의 황금 밥그릇처럼 보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지원자가 많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PB 업무는 결코 철 밥통만큼 든든하지도, 황금 밥그릇만큼 화려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PB는 은행에서 대표적으로 성과 압력이 높은 직무이며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을 감당할 만큼 더 공부하고 참을성을 가져야 PB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망자들에게 물어 보면 그런 대가를 치를 용의가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아직은 은행이 고용안정도가 높은 직장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20대가 40대가 될 20년 후에도 은행이 ‘신이 내린…’ 정도는 아니더라도 ‘철 밥통’의 명맥이라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루가 다르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은행의 영업 환경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제의 핵심은 환경이 아니라 인재에 있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금융업은 국민에게 필수 불가결한 서비스인 만큼 고객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와 고객을 사로잡는 열정이 있는 은행원을 많이 가진 은행이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업은 앞으로는 어느 산업보다도 더 힘든 경쟁을 치러야 할 산업인 만큼 은행원은 누구보다도 직장에 대한 강한 충성도와 직무에 대한 집중도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철 밥통이기 때문에 은행을 선택한 젊은이가 많은 은행일수록 그런 철 밥통을 유지할 수 없게 될 위험이 높다. 그런 만큼 힘든 일을 기꺼이 하려고 하기보다 카펫 깔린 사무실 근무를 원하는 지원자를 은행이 선택할 리 없다.

은행은 철 밥통을 함께 지고 갈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철 밥통을 부수고 시장경쟁 속에 몸을 던질 열정을 가진 인재를 원한다. 열정만 한 철 밥통은 없다.

김 동 원 KB 국민은행 HR그룹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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