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in JAPAN]<2>홋카이도… 눈밭 가르며 가는 해 여민다

  • 입력 2006년 12월 23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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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호로 리조트의 최상급자 슬로프인 세컨드 센트럴웨이 중간지점. 산 아래 평원의 눈덮인 부분은 목장이며 그 뒤로 아칸후지(아칸 호수의 배후) 등 홋카이도 동편 산악군이 보인다. 홋카이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사호로 리조트의 최상급자 슬로프인 세컨드 센트럴웨이 중간지점. 산 아래 평원의 눈덮인 부분은 목장이며 그 뒤로 아칸후지(아칸 호수의 배후) 등 홋카이도 동편 산악군이 보인다. 홋카이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스키 천국 일본은 노천온천 덕분에 애프터스키에서도 단연 압권. 눈 덮인 송림의 아름다운 설경 속에서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사호로 리조트호텔의 노천탕. 사진 제공 사호로 리조트호텔
스키 천국 일본은 노천온천 덕분에 애프터스키에서도 단연 압권. 눈 덮인 송림의 아름다운 설경 속에서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사호로 리조트호텔의 노천탕. 사진 제공 사호로 리조트호텔
《12년간 지구상 112개 스키장을 섭렵한 나의 스키여행.

그 시작은 1995년 겨울, 홋카이도였다.

이소라산의 루스쓰 리조트와 삿포로 근방의 데이네, 고쿠사이 스키장.

당시 나는 조잔케이 온천에 머물며 눈길을 뚫고 달리는 버스로 매일 한 곳씩 옮겨 가면서 밀가루처럼 흩날리는 파우더스노를 난생처음 맛보았다.

플레이트로 전달되는 그 부드러운 감촉, 한 턴 한 턴마다 테일(플레이트 뒷부분) 뒤로 산산이 가루지는 새하얀 눈발.

한번이라도 이 느낌을 가져 본 스키어라면 홋카이도를 지상 최고의 스키여행지로 손꼽는 데 절대 주저하지 않는다.

덕분에 지구상 어떤 스키장에 가서도 홋카이도를 그리워하는 ‘불행한 스키어’가 될 공산도 크지만.

112번째로 찾은 스키장, 홋카이도의 사호로로 안내한다.》

16일 오전 9시 5분 인천공항. 아사히카와행 아시아나항공 OZ154편은 주말 강추위가 예고된 서울 상공을 부드럽게 날아올랐다. 이륙 20분 후. 동해로 빠져나가기 직전 창밖으로 백두대간 산줄기를 수놓은 하얀 풍차(풍력발전기)와 더불어 스키슬로프가 보였다. 용평리조트다.

○ 파우더스노 스키의 고향, 사호로다케

오전 11시 45분. 2시간 40분의 비행 끝에 아사히카와 공항에 안착했다. 아사히카와 공항을 정기 운항하는 국제선은 아시아나항공뿐. 올해 6월부터다. 아사히카와 공항의 입국수속은 무척 편했다. 단 30초 만에 끝났다. 출발 전 인천공항 탑승구 앞에서 마친 사전입국심사 덕분이었는데 일본 정부는 최근 이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공항에서 사호로까지는 국도를 따라 116km. 버스로 2시간 10분 걸렸다. 후라노 시를 지나 국도 38호선으로 들어선 버스는 오비히로로 가는 도중 큰 고개를 넘었다. 그것은 가리카치 고개로, 사호로 스키장은 그 고개 중턱에서 진입한다. 고개 아래로 펼쳐진 거대한 평원. 그것은 도카치다케와 히다카다케 등 산줄기로 둘러싸여 이뤄진 분지다. 사호로다케(해발 1059m)의 파우더스노가 이런 분지 지형에 형성되는 미세기후의 산물임을 아는 스키어는 그리 많지 않다.

숙소는 해발 400m의 사호로 리조트호텔. 여기서는 스키장이 있는 사호로다케가 보이지 않는다. 그 스키장의 곤돌라 역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길 건너 초급용 트레일의 리프트로 오른 뒤 내려가거나 셔틀버스로 5분쯤 올라야 한다. 드디어 곤돌라 역. 산세가 한눈에 들어왔다. 스키베이스를 품에 안 듯 좌우로 펼쳐진 산자락. 놀랍게도 스키장은 볼(Bowl·그릇 모양으로 움푹 팬 지형)형이었다. 이런 지형은 스키장 700개로 스키 천국을 이룬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구미의 볼형과 달리 산 사면을 따라 기울어진 형태였다. 그래서 볼 중앙부에서도 베이스로 내려가는 트레일이 생겼다.

스키장 규모는 베이스(420m)와 리프트 정상(1030m)의 표고 차(610m)로 결정된다. 610m라면 그리 크지 않은 편. 그러나 높은 산이 없는 홋카이도에서 이 정도라면 수준급이다. 사호로다케는 양팔을 벌린 듯 펼쳐진 좌우의 산 능선 위로 장장 3km의 트레일이 각각 개발됐다. 동편은 중상급자용, 서편은 초급자용. 그래서 초급자도 산정에 올라 다운힐할 수 있다.

○ 애프터스키의 명소, 사호로 리조트호텔

사호로 스키장에는 두 개의 숙소가 있다. 사호로 리조트호텔과 클럽메드 사호로인데 호텔엔 일본인 스키어가, 클럽메드엔 외국인과 어린이 동반 가족스키어가 많다. 그런데 주인은 하나. 사호로 리조트를 비롯해 루스쓰 리조트, 니세코(홋카이도 최대 규모 스키장) 그랜드호텔, 앗피 리조트(이와테 현) 등 일본 전국에 30개 호텔과 스키장, 어트랙션을 운영하는 가모리관광이다.

사호로의 음이온 온천탕도 매력 포인트다. 홋카이도에 스키장이 187개나 되지만 온천을 갖춘 리조트호텔은 매우 드문 편. 음이온 수질은 피부 보습 효과와 혈액순환 효과가 뛰어나다. 호텔은 대중탕은 물론 눈이 하얗게 쌓인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노텐부로(노천탕)도 갖췄다. 스키로 긴장된 근육을 설경의 노천탕에서 푼 뒤 차가운 삿포로 맥주 한 잔으로 갈증을 푸는 기분. 일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애프터스키’(스키를 탄 뒤에 즐기는 여가)다.

하루 두 끼의 식사가 포함된 호텔에 묵는 일본 스키패키지는 여러모로 좋다. 사호로 리조트호텔에는 양식당, 일식당, 바이킹(뷔페식)이 있어 매일 밤 고를 수 있다. 그중 미소(일본 된장)를 푼 육수에 홋카이도의 해산물을 넣어 끓이는 나베(전골)요리는 일식당이 자랑하는 특선메뉴. 게, 조개, 연어 등 온갖 해산물이 총동원된다. 이때 홋카이도에서만 파는 한정판 삿포로맥주 ‘클래식’을 맛보도록. 칼칼한 맥주 맛이 일품이다.

홋카이도=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찾아가기 ▽아사히카와=인천∼아사히카와 아시아나항공 주 3회 운항. 2시간 40분∼3시간 10분 소요 ▽사호로 스키장=아사히카와 공항∼국도 237호선∼비에이 정∼후라노 시∼국도 38호선∼미나미후라노 정∼가리카치 고개∼사호로 스키장(116km)

◇사호로 스키장 ▽일반 정보 △홈페이지(한글)=www.sahoro.co.jp △시즌=11월 25일∼4월 8일 △스키트레일=총 16개(최대 경사 39도, 최장 3km). 터레인파크 운영 △스키하우스=카페테리아(덮밥 카레라이스 등 800엔 내외)와 소바 식당, 렌털숍 ▽리프트 △운행시간=오전 9시∼오후 8시(평일 기준. 토 일요일은 오전 8시 30분부터). 야간은 오후 3시 이후 △가격=1일권 4347엔(어린이 3402엔), 2일권 7749엔(5859엔). 런치콤보(리프트권+800엔 상당 점심식사·4905엔)가 훨씬 경제적 ▽액티비티 △압설차 투어=오후 5∼6시 2625엔 △스노모빌=10분 1050엔, 1시간 5250엔 △스노버기=10분 1050엔

◇패키지 상품=2박 3일 일정, 59만9000∼64만9000원(하루 두끼 제공). 리프트권 구매 시 4만 원만 더 내면 야간권 및 이튿날 리프트권 제공. 여행나비(www.travelnavi.co.kr) 02-777-4321(담당 안화중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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