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호산 스님/부부사랑 늘 손질합시다

  • 입력 2006년 12월 1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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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이 1월 29일, 입춘이 2월 4일이었고, 내년은 설이 2월 18일, 입춘이 2월 4일이니 음력으로 한 해에 입춘이 두 번 드는 쌍춘년이다. 이 쌍춘년에 결혼하면 헤어지지 않고 백년해로한다고 해서 결혼적령기의 청춘 남녀들이 앞 다투어 이 해를 넘기지 않으려 드니 예식업소마다 쌍춘년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 서로 사랑하고 가정을 이룬다는 것, 분명 축복하고 축복받을 일이다. 그러나 쌍춘년 분위기에 밀려 행여 너무 서두르는 커플이 있지 않을까 불안하다.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첫 번째가 상대를 이해하고 알아 가는 일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참으며 그 사랑을 키워 나가야 하는데 혹시 ‘결혼’ 그 자체에만 급급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괜스러운 염려가 드는 것이다.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제일 숭고하고 아름다운 말이지만 그 이면엔 섬뜩한 칼도 숨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법구경에 보면 ‘사랑하지 말라, 곧 미움도 온다’는 구절이 있는데 이 말은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치거나 혹은 식어버리면 미움과 증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요즘 이혼하는 부부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혼을 다른 말로 파경(破鏡)이라고 하는데 파경이란 거울이 부서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아마도 옛 여인들이 가장 가까이 하던 물건이 거울이다 보니 거울이 깨지는 것을 부부가 갈라서는 것에 빗대 파경이라 부르게 된 것 같다.

두 개의 작대기(인격체)가 서로 버팀이 되어 사람 인(人) 자가 되었듯이 어쩌면 인간은 나머지 한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게 됨으로써 비로소 완전한 사람이 된다는 뜻도 숨어 있을 것이다. 불교에서는 완전한 사람이 되는 과정을 자비와 지혜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자비는 정서적 측면, 지혜는 정신적 지적 측면을 이르는 말이다. 어느 한쪽을 무시하다 보면 마음 착한 바보가 되거나 냉혹하고 이기적이기 십상이다.

결혼을 준비하는 선남선녀를 보면서 그들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사랑이란 언제나 거울을 닦아두듯 맑게 손질해 두어야 한다. 그와 더불어 마음의 거울도 말갛게 닦아 두기를 바라면서 결혼하는 모든 분들이 파경 없이 백년해로하기를 기대한다.

호산 스님 서울 달마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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