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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크엔드]“사우스포틀랜드에버뉴 거리에 살고 싶어라”

입력 2006-11-03 03:00업데이트 2009-10-0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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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들은 고풍스러운 건물과 여러 인종이 어우러지는 특유의 활기 등 뉴욕의 역사성이 담긴 거리를 선호한다. 최근 한 주간지가 선정한 ‘살고 싶은 뉴욕의 거리 50’에서 각각 1위와 2위에 오른 사우스포틀랜트에버뉴(위)와 그라머시파크사우스. 사진 제공 박새나 통신원
‘가장 살고 싶은 뉴욕의 거리.’

절로 눈길이 가는 주제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 뉴욕의 구석구석을 다녀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모른다. 필자는 여러 번 집을 구하기 위해 다리품을 팔며 고생했기 때문에 눈이 번쩍 뜨였다.

미국 주간지 ‘타임아웃 뉴욕’은 최근 커버스토리로 ‘살고 싶은 뉴욕의 거리 50’을 다뤘다.

이 잡지는 매주 새로운 공연과 맛집은 물론 각종 세일 이벤트를 안내해 인기를 끌고 있는 주간지다. 뉴욕에 관한 유익하고 다양한 정보를 게재해 젊은 뉴요커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슨 근거로 순위를 매기냐는 것. 타임아웃 뉴욕은 7가지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는 건물의 디자인과 상태 등을 포함한 미적 조건이다.

두 번째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좋은 레스토랑과 아기자기한 카페, ‘싱글족(族)’들의 의상을 책임질 드라이크리닝 시설 등 편의시설. 세 번째는 녹지 조성도인데 강이나 바다로의 접근성도 고려됐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각각 주변 지역의 소음과 교통의 편리함이다. 대도시 뉴욕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조건이다.

특이한 것은 여섯 번째 항목인 ‘뉴욕스러움’이다. 도대체 이 알쏭달쏭한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뉴욕스러움이란 뉴욕에서만 가능하거나, 바로 뉴욕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주관적인 항목이 될 수도 있지만 6년차 뉴요커인 필자는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임차료다. 임차료가 비싸기로 소문난 뉴욕이라 적정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고려 사항으로 들어갔다.

이들 항목 외에도 다른 거리와의 차별성 등 몇가지 장점을 가진 거리에는 보너스 점수가 주어졌다.

그렇다면 가장 살고 싶은 뉴욕의 거리는 어디일까. 영광의 1위는 브루클린의 디칼브와 라파에트에버뉴 사이의 사우스포틀랜드에버뉴가 차지했다. 이곳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라운스톤 빌딩이 늘어서 있고, 몇 분 거리에 포트그린 파크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이 각광을 받은 것은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의 주민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거리에 살아온 중산층 흑인들, 한가롭게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노인들, 최근 부쩍 늘어난 젊은 뉴요커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사우스포틀랜드에버뉴 특유의 오래되고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뉴욕의 다른 거리에서는 점점 보기 힘들어진 장면이기도 하다.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면서 만들어내는 활기야말로 다른 거리가 흉내낼 수 없는 뉴욕스러움이다.

2위는 맨해튼의 그라머시파크사우스. 비싼 임차료 때문에 점수를 많이 잃어 근소한 차로 1위를 놓쳤다. 이곳은 약 150년 전부터 유명인사가 둥지를 틀어 ‘엘리트들의 오아시스’로 불린다.

19세기 초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주택이 잘 정돈돼 있고, 빅토리아 스타일의 건물이 매우 아름답다. 특히 근처 주민들에게만 열쇠가 주어지는 그라머시 공원의 녹지가 자랑거리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 폐쇄성이야말로 이곳 주민들의 특권이다.

이 거리는 보너스로 4점을 더 얻었다. 역사성에서 후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곳에 있는 빅토리아 맨션의 국립 아트 클럽은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멤버다. 바로 옆 건물에는 예술가들의 교류 장소였던 플레이어스 클럽이 있다. 19세기의 뛰어난 배우 에드윈 부스가 설립했고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설립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임대료를 주요 항목 중 하나로 고려했기 때문에 맨해튼 외에도 뉴욕 주를 이루고 있는 브루클린, 브롱크스 등에서 순위에 드는 거리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역사가 담긴 고풍스러운 건물과 뉴욕스러움을 지닌 맨해튼 지역의 거리가 대부분 높은 점수를 받았다. 50% 이상이 맨해튼의 거리였다.

맨해튼에 이어 젊은이들 사이에 한창 ‘뜨고’ 있는 브루클린의 거리가 순위권에 대거 포함됐다.

사실 ‘가장 살고 싶은 거리’라는 것은 100% 객관적이기 어려운 주제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잡지 측은 “순위에 이의가 있거나 더 멋진 거리가 있다면 언제든 e메일을 달라”는 주문을 빠뜨리지 않았다.

대도시의 젊은 세대는 운동시설과 세탁시설, 도어맨이 있는 편리한 고층 아파트를 많이 선택한다. 그러나 스타일에 민감하며 타인과 같기를 거부하는 뉴요커들은 단순한 편리함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선호한다. 그것은 바로 ‘뉴욕에서만 접할 수 있는 뉴욕스러운 거리’다.

왜? 답은 간단하다. 뉴욕을 좀 더 깊이 들이마시기 위해서다.

뉴욕=박새나 통신원(패션디자이너) sena.park@gm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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