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아는 것이 돈이다]③랩어카운트

  • 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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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채권, 펀드, 선물, 옵션….’

돈은 있는데 도대체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모른다면? 간접투자상품인 펀드에 돈을 넣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들을 위해 나온 상품이 바로 랩어카운트(Wrap Account)다. 랩어카운트는 ‘포장하다’는 뜻의 ‘랩’과 계좌의 ‘어카운트’가 합쳐진 말. 여러 종류의 자산운용서비스를 고객 기호에 맞게 하나의 계좌로 싸서(wrap) 운용해 주는 ‘자산종합관리계좌’를 말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돈 굴리는 데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편리한 상품이다.

○일임형 도입후 시장 급속히 확대

랩어카운트는 1975년 미국의 허턴 증권회사가 처음 개발한 뒤 1987년 ‘블랙 먼데이’를 계기로 미국 증권사들이 약정 수수료에서 자산관리 중심으로 영업 형태를 바꾸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선진국에서는 투자은행들의 보편적인 영업 형태지만 국내에는 2001년에야 도입됐다.

처음 도입된 형태는 자문형 랩어카운트로 증권사는 투자에 대한 조언과 자문 응대만 할 뿐 실제 주문은 고객이 직접 내야 했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2003년부터 증권사가 모든 걸 맡아서 하는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도입됐고 이후 급속히 시장이 확대됐다.

최근엔 삼성증권의 ‘아너스 클럽(Honors Club)’과 굿모닝신한증권의 주식형 랩어카운트 ‘명품랩’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9월 말 현재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이 각각 1조 원이 넘는 수탁액으로 랩어카운트 시장을 이끌고 있고 굿모닝신한, 우리, 미래에셋, 삼성 등의 운용 실적이 좋다. 이들 6개 증권사의 예탁잔액은 약 5조 원에 이른다.

○‘알아서 다 해 준다’ vs ‘펀드보다 투자리스크 커’

랩어카운트의 장점은 편리함이다. 투자 전문가가 알아서 척척 돈을 굴려 주니 마치 ‘비서’ 같다.

예탁자산에 비례해 1.5∼3%의 랩수수료(Wrap Fee)만 내면 매매수수료 등을 따로 낼 필요가 없다. 최저 가입 금액(보통 3000만 원) 이외에 추가로 계좌에 넣은 돈은 언제든 인출할 수 있다. 이때 환매 수수료는 없다.

어떻게 투자되고 있는지 궁금하면 전화나 온라인 시스템으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펀드 방식을 고집하는 투자자들에겐 ‘펀드랩’도 있다. 여러 펀드에 골고루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인 펀드랩은 미국 시장에서도 랩어카운트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유의할 점도 있다.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거액으로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금액이 적기 때문에 살 수 있는 종목의 수가 제한돼 있다. 높은 수익만큼 투자 리스크도 크다는 얘기다. 당연히 원금 보장도 안 된다.

담당 펀드매니저의 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차이 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굿모닝신한증권 금융상품부 이정수 팀장은 “랩어카운트를 펀드로 오해하거나 원금보장상품으로 잘못 알고 있는 투자자가 의외로 많다”며 “상품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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