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안드레스 오펜하이머]돈 벌러 미국 간 아빠의 빈자리

  • 입력 2006년 10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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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남미와 카리브 해 연안 도시의 시장들이 미국의 마이애미에서 만났다. 그들이 논의한 공동의 관심사는 지금까지 자주 논의되던 것이 아니었다. 시장들은 이민자들이 그들의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 및 남미의 범죄율 증가 사이에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데 대해 의견을 나눴던 것이다.

미국에는 약 1200만 명의 중남미 출신 이민자가 있다. 미주개발은행(IDB)의 추정에 의하면 이들이 본국의 친지에게 송금하는 금액은 매년 400억 달러가 넘는다. 이 중 약 200억 달러가 멕시코로 가며 나머지는 콜롬비아와 브라질 페루 등으로 보내진다.

지금까지는 이 돈에 대한 긍정적인 면만이 부각됐다. 이 돈은 다른 외국원조자금과 달리 현지의 정부 관료들이 쉽게 손대지 못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본국 송금은 이 밖에도 다양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 돈은 중남미의 빈곤층을 신용이 있는 개인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남미에서는 미국으로 이민 간 친척이 정기적으로 보내 주는 돈이 본업에서 나오는 수입보다 더 많은 사람이 많다. 은행에서도 이 돈을 안정된 수입으로 간주해 이를 담보로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 준다.

그러나 마이애미에서 열린 시장들의 회의에서 콜롬비아 국립경찰의 휴고 아세로 벨라스케스 자문관은 본국 송금의 부정적인 면을 제기했다. 이민자들은 대부분 자녀를 고국에 남기고 떠난다. 자녀들은 대개 무엇이든지 다 받아 주는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성장한다.

그 결과 수백만 명의 청소년이 거리에서 자란다. 이들 국가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매우 높으며 많은 사람이 마약 운반이나 폭력조직 가담 등 범죄로 빠져들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중남미는 아프리카에 이어 가장 범죄가 많은 지역이다. 매년 평균적으로 10만 명당 19명이 범죄에 희생되는데 이는 세계 평균의 2배가 넘는 수치다.

게다가 멀리서 아버지가 보낸 돈이나 초콜릿 상자는 청년들에게 직장을 찾을 의욕을 잃게 만든다. “매달 50달러씩 받다가 부랑자가 되기 쉽죠.” 미국 워싱턴 아메리칸대에 방문학자로 와 있는 멕시코의 라울 베니테스 교수는 “엘살바도르나 온두라스 과테말라에서는 가족 붕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나 조부모가 아이들 교육을 온전히 떠맡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중남미 국가 경제 자체도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컬럼비아대의 지난해 연구 결과 독일에 사는 터키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은 1990년대 말 최고에 이른 뒤 크게 떨어졌다. 가족을 독일로 불러 같이 사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로돌포 데 라 가르사 교수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가족이 국경을 넘어 미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합류하면서 멕시코도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이민자의 본국 송금이 빈민층에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제는 이 지역과 아이들에게 미칠 부정적인 면을 논의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유니비시’나 ‘텔레문도’ 등 미국의 스페인어 TV 방송에서 ‘아버지의 부재가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미국에 있는 아버지들이 고국에 있는 자녀들에게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 것을 권고하는 공익 방송을 할 수도 있다.

중남미 도시의 거리 범죄는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상당한 경우 그 근본적인 원인은 자녀들에게 초콜릿 박스나 돈을 보내 주는 역할이 전부인 아버지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안드레스 오펜하이머 마이애미헤럴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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