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월드]인터넷시대 기사, 소비자=생산자

  • 입력 2006년 9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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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신문 기사 소비는 다른 사람의 신문 기사 소비에 어떤 영향을 줄까.

신문 기사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사과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전체 사과 중 내가 1개를 소비하면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잠재 소비가 줄어든다. 내가 그 소비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이유다. 이런 유형의 재화를 ‘사적재화(private goods)’라고 한다.

이와 달리 나의 소비가 남들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매일 마시는 공기가 대표적이다. ‘공공재(public goods)’라는 것인데 소비자는 대가를 직접 지불하지 않는다. 전통적 시각에서는 정보나 뉴스를 이런 공공재로 분류한다.

그런데 만일 어떤 재화에 대한 나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잠재적 소비를 늘리는 데 기여한다면 그것은 어떤 재화로 분류해야 할까? 공공재도, 사적재화도 아닌 제3의 재화라고 할 수 있는데 디지털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정보와 뉴스가 이런 특성을 갖고 있다.

가령 내가 신문 기사를 읽고 내용과 의견을 인터넷에 게시하면 그 기사에 대한 시장 전체의 잠재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이용하면 할수록 공유하면 할수록 일종의 협력 효과가 발생해 소비가 증대되는 것이다. 이른바 ‘협업재화(collaborative goods)’다.

이것은 뉴스 생산과 소비가 서로 구분되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일단의 경제학자들이 만든 새로운 개념이다. 정보와 뉴스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병행해서 논의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저작권 문제다.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저작물의 자유로운 이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이것이 쉽지 않다.

신문이 판매하는 것은 뉴스도 상품도 아닌 영향력이라는 말이 있다. 신문의 협업재적 특성과 부합하는 설명으로 최근의 뉴스 상품화 움직임과 거리가 있다. 얼마 전 미국 뉴욕타임스의 온라인 유료 기사 서비스인 ‘타임스 실렉트’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공공재도 아니고 협업재도 아닌 뉴스의 대표적 사적재화 모델이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은 어떤 게 답인지 모른다. 인터넷 시대의 신문 비즈니스가 지향해야 할 것이 한 방향만은 아닌 것 같다.

안민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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