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애절한 사랑… 애끊는 모성 ‘미스 사이공’

  • 입력 2006년 9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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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과 무대가 결합된 뮤지컬 ‘미스 사이공’. ‘미스 사이공’에서 유명한 헬기 장면은 이번 공연에서 3D 영상으로 처리된다. 사진 제공 CMI
영상과 무대가 결합된 뮤지컬 ‘미스 사이공’. ‘미스 사이공’에서 유명한 헬기 장면은 이번 공연에서 3D 영상으로 처리된다. 사진 제공 CMI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미스 사이공’은 세계 ‘빅4’ 뮤지컬 중 하나다. 물론 ‘빅4’가 꼭 ‘베스트4’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이겨낸 작품은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이 작품은 보여 준다.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미군 병사 크리스와 베트남 처녀 킴의 사랑을 다룬 ‘미스 사이공’은 ‘오페라의 유령’ ‘캣츠’ ‘레미제라블’ 등 ‘빅4’ 다른 작품에 비해 내용면에서 우리네 정서와 현실에 가장 밀접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감정이입도 쉽다. 뮤지컬을 처음 접하려는 초보 관객에게 권할 만하다.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처럼 ‘미스 사이공’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모든 것을 희생하는 모성애’를 정서의 두 축으로 삼는다. 여기에 약삭빠른 인물 ‘엔지니어’를 통해 역사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신파처럼 느껴질 수 있는 뻔한 스토리지만,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엔 충분하다. 여성 관객들의 눈가를 적시는 것은 ‘크리스와 킴의 애절한 사랑’보다는 역시 ‘아들 탐에 대한 킴의 모성애’다.

‘미스 사이공’의 대표곡은 ‘난 아직 믿죠’와 ‘세상의 마지막 밤’이지만, 눈가를 붉히게 만드는 곡은 킴이 아들을 안고 부르는 ‘내 목숨 널 위해 바칠 거야’와 2막 후반부에서 자살 하기 전에 아들을 향해 부르는 ‘내 마음 속의 작은 신’이다.

무대 자체만 놓고 보면, 무대가 넓어서 좌우 3m씩을 버려야 하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보다 성남아트센터 공연이 더 안정감을 줬지만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는 서울 공연에서 훨씬 원숙해졌다. 특히 이 작품을 사실상 이끌어가는 ‘엔지니어’ 역의 류창우는 성남 공연과 비교할 때 더 능글능글하고 비굴한 엔지니어의 모습에 가깝게 변했다.

김보경 김아선이 더블 캐스팅 된 ‘킴’역의 경우 김보경의 ‘킴’이 더 편안했다. 김아선은 고음이 불안정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달리는 반면, 다소 어린애 같은 목소리가 약점으로 지적됐던 김보경은 시종 파워풀했고, 감정이 실린 노래도 호소력이 넘쳤다.

1, 2막에서 미군 병사를 상대하는 반라의 베트남 여성들과 태국 방콕 환락가의 섹스관광에 대한 묘사 등이 등장하니 어린 자녀를 데려가려는 부모는 참고할 것. 영국에서는 ‘13세 이하’는 보호자의 관람지도를 권장했다. ‘13세 이상’ 10월 1일까지. 화∼금 8시, 토 일 2시, 7시. 주중 3만3000∼12만1000원, 주말 4만4000∼13만2000원. 1588-789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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