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는 주한미군 철수

  • 입력 2006년 8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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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그제 “2008년 9월 이후 주한미군 규모를 더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戰時)작전통제권 반환시기도 한국이 원하는 2011년보다 앞당겨 2009년으로 잡겠다고 밝혔다. 공군 사격장 문제에 대해서는 “수개월 안에 해결되지 않으면 주한 미 공군 부대들이 교대로 한반도를 떠나 사격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며 기지 이전 가능성을 띄웠다. “설마 그럴 리야” 했던 일들이 착착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의 고위 군사소식통은 최근 본보 특파원에게 “미국이 생각하는 다양한 로드맵 중 하나는 주한 미지상군 완전 철수”라고 말했다. 군사전문가인 리처드 핼로란 전 뉴욕타임스 기자도 최근 “주한미군은 2008년 이후 전면 철수하거나 상징적 부대만 남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미군이 작전권 환수 이후에도 철수하지 않겠다고 문서로 약속했다”며 큰 문제가 없다는 듯이 느긋하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조차도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조약도 협정도 아닌 문서 한 장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지만, 그런 정도로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안보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주한미군이 조기에 전면 철수할 경우 안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2020년까지 621조 원의 국방비를 투입해 자주국방을 이루겠다고 하지만 그럴 여력이 있는가. 미국의 고급 군사정보와 첨단무기체계의 뒷받침 없이 자주국방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 한 나라도 없다는데, 국방비만 쏟아 붓는다고 될 일인가. 미군 철수로 인한 힘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이며 한중, 한일관계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수많은 문제에 대한 답을 정부는 과연 갖고 있는가.

막다른 상황에 이르면 미군의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못 가게 하겠다는 말인가.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정권이 벌이는 ‘안보 도박’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가슴은 불안하고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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