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양진방]태권도, 다시 시작이다

  • 입력 2006년 7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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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종주국 그리스 아테네에서 근대 올림픽 100주년 올림픽 경기가 막바지 열기를 뿜고 있던 2004년 늦여름 밤. 한국의 문대성 선수가 8000여 홈 관중의 일방적 응원 속에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 선수를 뒤후려차기 한방으로 매트 위에 눕혔다. 이에 온 국민은 열광했다. 단조롭고 재미없게 느껴졌던 태권도 경기가 새로운 묘미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의 열기가 가시자마자 태권도는 어느 새 다시 인기 없는 경기로 돌아가고 말았다. 대한태권도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태권도 인구가 2004년부터 줄어들고 있다. 동네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우려는 어린이들도 줄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여름은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유지 여부를 둘러싸고 온 국민의 관심과 걱정이 높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투표를 통하여 올림픽 정식 종목의 지위를 겨우 다시 유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 태권도는 당분간 4년마다 똑같은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가라테와 우슈 등 많은 종목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새로운 종목이 들어오면 희생될 수밖에 없는 태권도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태권도는 그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도이자 스포츠로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불과 30여 년밖에 안 되는 기간에 유럽과 미주,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의 오지, 중동의 사막, 그리고 남미의 고산지대까지도 태권도의 기합소리가 들리게 하였다. 이제는 전 세계 어떠한 무술에도 뒤지지 않는 국제적 기반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영광의 정점에서 태권도는 비틀거렸다. 그 결과 30여 년간 지속된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및 대한태권도협회장을 정점으로 한 지도부는 퇴진하였고, 대한태권도협회,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의 3대 주요 기구는 새로운 집행부를 출범시켰다.

새로운 집행부가 맞서게 된 도전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지난 고도성장 기간 중 축적된 태권도계 내의 각종 모순과 병폐를 혁신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무섭게 성장한 세계 각국의 태권도세의 도전을 이겨낼 새로운 능력과 콘텐츠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또 이종격투기의 유행과 더불어 나타난 기술적 도전 역시 태권도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다. 지금까지 잘해 왔다는 식의 안일한 의식으로는 어느 순간에 태권도가 퇴출되어 버리는 극단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태권도의 성장은 시작을 위한 준비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태권도의 진정한 성장과 발전은 지금부터다. 다만 태권도가 세계 속에서 성취를 이루고 세계 문화에 기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태권도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이제 정부와 관련 학계, 문화계가 모두 태권도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야 한다.

국책사업으로 시작한 태권도 공원 사업은 태권도만을 위한 시설이 아닌 우리 문화의 참맛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세계적 명소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유일한 국제적 스포츠인 태권도는 어떤 격투기 스포츠보다 더 재미있고 인기 있는 종목이 되어야 한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태권도를 만들기 위해 태권도인들의 자기반성과 노력은 물론 언론과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의 애정이 필요하다.

양진방 용인대 교수·태권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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