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반쪽 와이브로

  • 입력 2006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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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SKT가 이달 말 와이브로를 선보인답니다. 세계 최초의 기술. IT코리아의 자랑이죠. 그런데 서비스지역을 벗어나면 끊기고 PDA도 안 되는 ‘반쪽이’입니다. 왜 그럴까요? 기술에는 문제가 없다는데 왜 그럴까요?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왜 밀어붙일가요? 도대체 왜….》

‘달리는 차 안에서도 인터넷을 즐긴다.’

이달 말 KT와 SK텔레콤이 상용화하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서비스의 개념입니다.

초고속 인터넷 선이 없이도 바깥에서, 특히 고속도로에서와 같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무선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와이브로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의 자랑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와이브로는 완전한 틀이 갖춰지지 못한 ‘반쪽’ 형태로 시작됩니다.

KT는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신촌 등의 지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 등에서, SK텔레콤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 등 일부 제한된 6개 구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서비스 지역을 벗어나 움직이면 인터넷 접속이 끊깁니다. 와이브로의 가장 큰 장점인 ‘이동성’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휴대성’도 떨어집니다. KT는 당초 계획했던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대신 노트북 컴퓨터에 메모리카드를 끼워 쓰는 형태로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삼성전자가 와이브로 전용으로 만든 PDA 제품이 지나친 발열(發熱) 현상을 일으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입니다.

KT와 SK텔레콤은 지금까지 각각 5000억 원과 2000억 원 이상을 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쏟아 부었습니다. 그러나 두 회사를 바라보는 통신·전자업계뿐 아니라 이들 회사 내부에서도 ‘과연 돈이 될 것인가’라는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만약 와이브로에 음성통화 기능이 추가돼 휴대전화처럼 사용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삼성전자 측은 “기술력이 있어 사업자가 요구만 하면 만들 수 있다”고 밝힙니다. 그러나 KTF를 자회사로 둔 KT와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휴대전화 고객을 잃는 사업을 시작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와이브로는 통화 기능도 갖지 않게 됩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IT 839’ 정책으로 강력하게 추진된 와이브로. 정통부는 KT와 SK텔레콤에 사업권을 내주면서 ‘이달 중 서비스’를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때문에 이래저래 준비 부족인 와이브로가 ‘불안한 탄생’을 앞둔 한 이유입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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