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LG전자 임원의 하소연입니다. 대관절 어떤 사연일까요.
LG전자는 올해 3월 서울시에서 75억 원의 과밀부담금을 부과 받았습니다. 2009년까지 서초구 양재동에 지을 연면적 3만 평의 ‘서초 연구개발(R&D)센터’에 대해서입니다.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공공 청사, 판매용 건축물 등 ‘서울에 있는’ 인구집중 유발시설에 대해 표준 건축비의 10%를 과밀부담금으로 부과합니다. 대형 연구소는 인구 집중 유발시설에 포함됩니다.
세상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LG전자는 2004년 11월 금천구 가산동에 문을 연 모바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 대해서도 39억5000만 원의 과밀부담금을 냈습니다.
내년 이 연구소 인근에 세울 가산종합연구단지도 지상 20층, 지하 5층 규모로 1200억 원의 공사비가 듭니다. 역시 100억 원의 과밀부담금이 예상되지요.
서울에 연구소를 신축해 과밀부담금을 낸 회사는 과밀부담금 제도가 생겨난 1994년 이후 지금까지 LG전자가 유일합니다. 각종 수도권 규제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서울에 연구소를 갖고 있지 않거든요.
LG전자의 한 임원은 “고유가와 원화환율 하락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연구소에까지 과밀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이 회사와 서울시는 연구소를 과밀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건설교통부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수도권 집중 억제라는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또 다른 임원은 “구로디지털단지에 수십 층짜리 첨단 아파트형 공장들이 빼곡히 들어서고 있으나 편도 2차로인 도로 사정은 20여 년 전 구로공단 시절과 똑같아 혼잡스럽다”며 탁상행정을 꼬집었습니다.
R&D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처럼 기업 의욕을 꺾을 수 있는 경직된 수도권 규제가 과연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바람직한지 의문이 듭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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