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연구소에 과밀부담금?

  • 입력 2006년 6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연구소는 쇼핑센터가 아니잖아요. 과밀부담금이 무척 부담되네요.”

최근 만난 LG전자 임원의 하소연입니다. 대관절 어떤 사연일까요.

LG전자는 올해 3월 서울시에서 75억 원의 과밀부담금을 부과 받았습니다. 2009년까지 서초구 양재동에 지을 연면적 3만 평의 ‘서초 연구개발(R&D)센터’에 대해서입니다.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공공 청사, 판매용 건축물 등 ‘서울에 있는’ 인구집중 유발시설에 대해 표준 건축비의 10%를 과밀부담금으로 부과합니다. 대형 연구소는 인구 집중 유발시설에 포함됩니다.

세상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LG전자는 2004년 11월 금천구 가산동에 문을 연 모바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 대해서도 39억5000만 원의 과밀부담금을 냈습니다.

내년 이 연구소 인근에 세울 가산종합연구단지도 지상 20층, 지하 5층 규모로 1200억 원의 공사비가 듭니다. 역시 100억 원의 과밀부담금이 예상되지요.

서울에 연구소를 신축해 과밀부담금을 낸 회사는 과밀부담금 제도가 생겨난 1994년 이후 지금까지 LG전자가 유일합니다. 각종 수도권 규제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서울에 연구소를 갖고 있지 않거든요.

LG전자의 한 임원은 “고유가와 원화환율 하락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연구소에까지 과밀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이 회사와 서울시는 연구소를 과밀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건설교통부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수도권 집중 억제라는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또 다른 임원은 “구로디지털단지에 수십 층짜리 첨단 아파트형 공장들이 빼곡히 들어서고 있으나 편도 2차로인 도로 사정은 20여 년 전 구로공단 시절과 똑같아 혼잡스럽다”며 탁상행정을 꼬집었습니다.

R&D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처럼 기업 의욕을 꺾을 수 있는 경직된 수도권 규제가 과연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바람직한지 의문이 듭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