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데이비드 브룩스]남학생과 여학생 ‘뇌’가 다르다

  • 입력 2006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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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항이나 세 군데에서 남녀가 구분된다. 화장실, 몸 수색대 그리고 서점에서다.

서점의 남성용 코너에는 악마를 정복하는 남성을 묘사한 책이 즐비하고 여성 코너에는 감정과 사물에 대해 쓴 책이 많을 것이다.

영국의 조사기관이 성인 여성 400명과 남성 500명을 상대로 가장 좋아하는 소설을 조사했다. 남성은 주로 남성 작가가 쓴 소설을 선호했는데 고독과 소외를 주제로 다룬 책이 많았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거트 보니거트의 ‘제5도살장’이 상위 목록에 올랐다.

여성도 여성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여성이 좋아하는 책은 인간관계에 대해 묘사한 것이 많으며 작품성은 남성이 좋아하는 책보다 훨씬 높다.

여성이 좋아하는 작품은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마거릿 애투드의 ‘하녀 이야기’,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 등이었다.

이처럼 목록이 확연히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남성이 미묘한 인간관계나 좋은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데 무감각한 존재일 수 있다. 아니면 남성의 경우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두뇌의 일부분이 언어를 처리하는 뇌와 잘 연결돼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여성이 언어를 통해 감정을 처리하는 데 더 능숙할 수도 있다.

과거 20년간 남성과 여성의 뇌가 다르게 작동한다는 증거가 축적됐다.

여성은 남성보다 고르게 양쪽 뇌를 사용한다.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을 때도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 여성이 훨씬 더 감각적이다.

소년과 소녀는 색상을 다르게 처리한다. 소녀는 붉은색 계통, 초록색, 오렌지색을 즐기는 반면 소년은 검은색 회색 청색에 집착한다. 남성과 여성은 위험을 다르게 경험한다. 남성이 위험을 더 즐긴다.

요약하자면 문화적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생물학적 요인들이 독서 취향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모두가 이런 생물학적 요인들을 이해하거나 교사들이 남녀 학생을 위해 별도의 교과 과정을 짠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최근 남학생의 학업 성적이 여학생보다 떨어지게 된 이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남녀 학생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는 사회적 압력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두뇌 연구자들의 발견에도 불구하고 특히 교육계에서 이런 저항이 여전하다. 지금도 교실에서는 남녀 학생이 같은 책과 같은 방식으로 배우고 있다.

지난 14년간 젊은 남성의 독서 비율이 젊은 여성의 독서 비율보다 세 배 정도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남성이 독서나 학교 관련 직업에서 떠나고 있는 일에 대해선 더 놀라지 말아야 한다.

‘왜 성(性)적 역할 차이(Gender)가 문제인가’라는 책을 쓴 레너드 색스 박사는 남성과 여성이 각기 다른 주제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남녀공학에 반대한다. 학생들은 동성끼리 모인 상태에서 마음을 열며 성적인 고정관념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이런 상태에서 남녀에 따라 각기 좋아하는 분야의 독서를 더욱 권장할 수 있다.

1970년대 성적 역할 차이란 사회적 구조물이며 이러한 차이는 의식 고양을 통해 없앨 수 있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성적 역할 차이는 사회적 구조물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 의식 고양을 통해 남학생을 시적인 감각을 지닌 평화주의자로 바꿀 순 없다. 남녀의 성적 역할 차이를 무시한 채 독서를 강요하면 오히려 독서를 증오하는 학생으로 만들 뿐이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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