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프리즘]‘우승 감독’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입력 2006년 5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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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감독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프로스포츠 우승 감독은 더욱 그렇다. 물론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도 선수들이 못하면 도리가 없다. 하지만 선수들이 아무리 잘해도 감독이 헤매면 우승은 물 건너간다.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는 것은 기본이다. 거기에 감독의 역량이 보태져야 비로소 우승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프로농구와 프로배구가 대장정을 끝냈다. 우승팀은 안준호 김호철 감독이 각각 이끄는 삼성과 현대캐피탈. 프로축구 김학범 감독의 성남일화도 K리그 전반기 우승을 차지했다.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전도 작전이지만 선수들의 마음을 낚는 것이다. 이들 감독은 선수들과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 선수들의 마음을 낚았을까.

이들은 모두 ‘팀 빌딩(Team Building)’에 성공했다. 팀 빌딩은 감독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감독은 가치관을 분명히 밝히고(비전 제시) 이를 선수들과 공유해야 한다. 비전은 결코 추상적이어선 안 된다. 쉽고 간명해야 선수들과 한마음이 될 수 있다. 선수 중엔 끝내 감독의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도 감독은 최선을 다해 선수를 설득해야 하지만, 설득이 안될 땐 트레이드나 젊은 2군 선수들의 발탁 등으로 팀 빌딩을 이룰 수밖에 없다.

김학범 감독의 축구 철학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형 조직 축구’. 공격 지향보다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결코 몇몇 스타에 의지하지 않는다. 포지션에 따라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선수를 선호한다. 2005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맨 먼저 부상 중인 조병국을 데려와 김영철과 함께 중앙 수비수로 기용하며 최강의 포백라인(장학영-김영철-조병국-박진섭)을 구성했다. 바로 위엔 백전노장의 김상식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그 위엔 한국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김두현을 삼성에서 영입해 공격을 강화했다. 공격수 안효연과 골키퍼 김용대도 데려와 백업 멤버를 다졌다. 김 감독은 설득형이다. 직접 만든 ‘비디오 자료’를 선수들과 보며 스스로 깨닫게 한다. 그만큼 그는 쉬지 않고 공부한다.

안준호 감독의 농구 철학은 ‘높이와 스피드’. 그는 이를 위해 용병 확보에 최우선을 뒀고 지난해 중국리그 리바운드 왕 오예데지와 지난 시즌 한국리그 득점왕 존슨을 확보했다. 서장훈-오예데지-존슨으로 이뤄지는 ‘꿈의 트라이앵글 돛대’가 이뤄진 것이다. 여기에 스피드를 강화하기 위해 포인트가드 주희정을 내보내고 이정석을 데려왔고, 국내 최고의 슈팅가드 강혁에 장신 식스맨 이규섭까지 더했다. 글자 그대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드림팀을 만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한마음으로 엮어 내느냐는 것. 안 감독은 특유의 달변으로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질책하면서 이들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안 감독이 온화했던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선두에 서서 선수들을 독전하며 이끌었다.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투지를 불러일으키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김호철 감독의 배구관은 ‘선 체력, 후 기술’. 한국식 조직력의 배구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2m 이상의 장대 공격수가 서브 리시브와 수비 등 섬세한 기술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야 국제 무대에서 통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이를 위해 트레이드보다 ‘선수 리모델링’을 택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체력 담당 전문트레이너를 불러와 선수 개개인, 그리고 포지션에 따라 ‘배구에 필요한 근육 훈련’ 처방을 내렸다. 이에 따라 2년 동안 선수들에게 지옥훈련을 시켰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부상 선수가 없어지고 모두 ‘체력에는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오기를 심어줬다. “내가 국가대표팀에서 펄펄 날 때, 상대 팀 감독은 볼 주우러 다니기 바빴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우승할 수 있다”며 패배에 주눅든 선수들의 자존심을 일깨운 것이다. 선수들은 김 감독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정도가 됐고 팀은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역시 한 마리 사자가 이끄는 100마리의 사슴군대가, 한 마리 사슴이 이끄는 100마리의 사자 군대보다 훨씬 더 용맹하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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