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파워그룹 그들이온다]<14>대형매니지먼트社 대표들

입력 2006-03-09 02:59수정 2009-10-08 12:4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난해 6월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스타 파워’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며 연예인 매니지먼트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매니지먼트사들이 거액의 개런티와 제작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인기그룹 ‘SG워너비’는 지난해 말 MBC TV의 ‘10대 가수’에 선정됐으나 수상을 거부했다. 보아와 윤도현은 스케줄이 안 맞는다며 출연하지 않았다. TV의 연말 가요대상이 가수의 인기와 성공을 보증하는 상징처럼 여겨졌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두 사건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의 권력 이동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연예계를 쥐락펴락하는 집단은 이제 영화제작사나 지상파 TV가 아니다.

톱스타급 탤런트나 가수를 보유하고 있는 유명 매니저와 그 매니저를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사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이들 뉴 파워엘리트의 특징은 본인이 직접 연예인으로 혹은 매니저로 일선 연예계에서 활동했던 인사라는 점이다.

이들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매니지먼트사를 창업해 특유의 기획력과 민첩성으로 예비 스타를 발탁해 키운다. 이들이 거둔 작은 성공들에 투자자가 모여들고, 그 결과 더 커진 자본력을 등에 업고 더 많은 스타와 배급망을 끌어들이는 전형적인 선순환 구조로 급성장을 거듭하는 추세다.》

●영상

조용필 정우성 김지호 박신양 전지현…. 국내 최대 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HQ의 지주회사인 IHQ의 정훈탁(39) 대표가 과거 매니저를 맡았던 톱스타들의 이름이다.

정 대표는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1988년 무작정 가수 조용필의 사무실을 찾았다. 여러 차례 퇴짜를 맞은 끝에 간신히 조용필의 매니저가 되어 업계에 발을 디뎠다. 그는 1993년 정우성을 만나면서 연예인과 가까워지기 시작해 이후 김지호 박신양 장혁 전지현의 매니저를 맡아 차례로 톱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으면서 그는 스타가 될 재목을 한눈에 찾아내는 ‘선구안’을 키웠다. 현재 싸이더스HQ에는 김선아 김혜수 박신양 송혜교 신민아 염정아 이미연 이범수 이훈 전도연 전지현 정우성 조인성 지진희 차태현 한고은 황정민 등 간판급 스타 50여 명이 소속돼 있다.

정 대표는 이 같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영화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2003년 영화 제작사 아이필름을 설립하고 2004년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첫 작품으로 내놓았다. 이어 2004년엔 아이러브시네마를 설립해 영화 배급시장에 손을 뻗쳤고, 속옷 업체인 IHQ와의 합병을 통해 탄탄한 자금 기반을 마련했다. 또 지난해에는 SK텔레콤에서 144억 원의 지분 투자를 받았고, 지난해 말에는 YTN미디어를 인수했다. 소속 연예인을 활용해 만드는 다수의 영상 콘텐츠를 틀어줄 안정적인 매체까지 확보한 것. 게다가 최근엔 드라마 외주제작사 ‘캐슬 인 더스카이’까지 인수했다. 매니지먼트에서 영화와 드라마 제작, 영상물 배급에 이르는 수직 통합형의 토털 엔터테인먼트 사업 모델을 구축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필적하는 경쟁상대는 지난해부터 열병처럼 번진 연예 매니지먼트사 인수합병 바람을 타고 급부상한 ‘팬텀’이다. 팬텀은 당초 가수 이수영을 키워 낸 ‘이가엔터테인먼트’와 비디오 유통업체 ‘우성시네마’가 공동으로 코스닥 상장업체인 팬텀의 지분을 인수한 뒤 이병헌 이정재 신은경 신하균이 소속된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와 김희선이 속한 ‘내추럴포스’ 등을 합병함과 동시에 강호동 임창정 등의 스타를 끌어들여 눈덩이처럼 몸집을 불렸다.

또 하나의 파워 그룹은 LJ필름의 이승재 대표를 구심점으로 한다. 영화 기획 제작자로 출발한 이 대표는 나무액터스 등 4개의 매니지먼트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각 사는 자율적 운영권을 갖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간판스타는 문근영 김태희 김주혁 김지수 김민정 박건형 김강우 송강호 문소리 류승범 남상미 등으로 IHQ에 맞설 만하다.

드라마 분야에선 방송사 PD 출신들의 독립제작사가 힘을 얻고 있다.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를 연출했던 김종학 대표의 ‘김종학 프로덕션’, 가수 매니저였던 박동아 씨의 ‘팬 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음악을 담당했던 송병준 씨의 ‘에이트픽스’ 등이 대표적이다. 방송사가 아직도 편성권을 무기로 드라마 저작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파워가 방송사를 뛰어넘진 못하고 있지만 다매체 시대가 본격화되면 제작사가 우위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가요

가수 출신으로 현업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듀서들이 가요 산업의 중추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만의 사단을 구축하고 시대적 콘셉트에 맞는 스타 키우기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과거 가요계에선 방송사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개별적인 노력으로 TV를 통해 데뷔해 인기를 얻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들 프로듀서 사단은 대중의 인기를 끌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이에 맞춰 가수를 육성해 데뷔시키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그 가수가 성공하면 다른 신인 가수도 이 사단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절반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다수의 가수를 확보해 가며 가요계의 주류를 장악한다.

맏형 격인 SM엔터테인먼트는 가수 출신인 이수만 이사가 실질적으로 주도한다. SM엔터테인먼트의 초기 성공 요인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견해 놓은 10대 음악시장을 집중 공략했다는 점이다.

1995년 설립된 SM엔터테인먼트는 중고교 남학생 5명으로 구성된 그룹 ‘H.O.T.’를 만들었다. 이어 여성 3인조 그룹 ‘S.E.S.’와 6인조 남성 그룹 ‘신화’를 연달아 내놓아 가요계 판도를 ‘틴(Teen) 팝 시장’으로 바꿔 놓았다.

이 회사는 이에 머물지 않고 21세기 아시아 음악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면서 파워풀한 춤과 가창력을 겸비한 10대 초반의 소녀를 물색했다. 그 결과 탄생한 작품이 보아다. 초등학교 6학년생 권보아를 발탁한 이들은 그를 2년 반 동안 훈련시켜 아시아의 스타로 키워 냈다.

JYP엔터테인먼트를 주도하는 가수 출신의 박진영 이사는 흑인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가요계를 공략해 영향력을 키웠다.

그룹 ‘god’와 박지윤 등의 매니저를 맡아 이들을 히트시킨 데 이어 2001년 JYP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박 씨는 야심작으로 근육질의 몸매와 현란하고 강렬한 춤 실력을 가진 가수 비를 선보였다. 박 씨는 지난달 2일 비의 미국 뉴욕 공연을 출발점으로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던 양현석 씨가 주도하는 YG엔터테인먼트는 ‘흑인 음악 전문’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1996년 ‘현기획’으로 출발한 양 씨는 1997년 남성 듀오 ‘지누션’, 4인조 그룹 ‘원타임’, 힙합 가수 페리 등을 데뷔시키며 정통 흑인 음악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러다 2003년 미소년 이미지의 가수 세븐을 데뷔시키면서 국내 10대 소녀 시장도 공략하기 시작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세븐을 일본에 진출시키면서 음악 스타일을 J팝으로 바꾸는 등 해외시장에선 현지화 전략을 구사한다.

이처럼 가요 산업의 새로운 파워엘리트들은 시장 상황을 반 발짝 앞서가면서 스타들의 이미지를 탄력적으로 다변화하고, 프로듀서 자신의 경험을 자산으로 국제무대에 적극 진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