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주일 전 노상강도에게 살해된 로센바움 기자의 가장 놀라운 장점은 소박하고, 가식 없는 정직함에 있었다. 그는 거짓과 뇌물,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의식에 찌든 워싱턴에서 누구보다 철두철미하게 명예를 고수한 사람이었다.
조지 워싱턴과 체리나무가 있음에도 우리는 더는 ‘진실’로 정직한 사회를 워싱턴에서 기대할 수 없다. 대중문화는 TV 쇼와 영화를 통해 정직의 중요성을 끝도 없이 강조한다. 그러나 그들이 정작 강조하는 것은 당신이 어떻게 느끼고 있느냐에 대한 솔직함뿐이다.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고 공유하는 것은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과 분명 다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상황주의자(situationalist)’들의 국가가 돼 가고 있다.
언론과 정계, 그리고 출판업은 옳고 그름을 떠난 스캔들에 의해 오염돼 왔다. 저명한 출판사 랜덤하우스는 제임스 프레이 씨의 마약중독 및 알코올의존증에 관한 회고록인 ‘수천 개의 조각들’을 펴내 인세 수입을 계속 거둬들이고 있다. 책 내용 중 상당 부분이 거짓으로 밝혀졌는데도 말이다(이 책은 오프라 윈프리 씨가 직접 권장한 북클럽 추천도서 리스트에 올라 명성을 얻었다).
프레이 씨는 CNN방송의 간판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 쇼에 얼마 전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해명에 나섰다. 윈프리 씨도 스튜디오에 전화를 걸어 “책 전반에 흐르는 참회의 메시지는 여전하다”고 두둔했다. 마치 (진위와 상관없이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옹호하기에 급급한 백악관 대변인) 스콧 매클렐런 씨 같았다. 윈프리 씨는 오히려 “그 책의 많은 부분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을 미리 알았다면 수백만의 시청자에게 이 책을 권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사과해야만 했다.
로센바움 기자에게는 흑과 백처럼 뚜렷한 옳고 그름이 있었다. 그의 오랜 출입처이자 장례식이 거행된 상원 건물에서 그의 딸 도티는 “아버지는 언제나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중요하다는 점을 가르쳐 주셨다”고 추모했다. 그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일화도 소개했다.
“제 12번째 생일에 아버지는 저와 친구들을 극장으로 데려가셨습니다. 영화 표를 사기 전 제 친구 중 이미 12번째 생일이 지나 성인 요금을 내야 하는 친구부터 파악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의 동료 로빈 토너 씨는 “로센바움 기자는 ‘보통 사람들을 위해 안개 속에 싸인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믿고 늘 실천해 왔다”면서 “그는 통념에 구속되지 않고 ‘동의하지 않는다(I disagree)’라고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로센바움 기자는 잊혀 가고 있는 가치를 고수했던 사람이었다. 이제 정가에서는 더는 신랄한 반론을 기대하기 힘들다. 논쟁 그 자체도 무기력해지고 있다.
W(부시 대통령을 비하하는 호칭)는 이라크전에 대해 소설과 사실을 마구 섞어 언론과 민주당 인사들을 겁주고, 이라크전과 관련한 논쟁 자체를 비도덕적인 것인 양 몰아붙인다.
선제공격과 이라크전 포로 납치 및 고문, 불법 감청이 자행됐던 당시 누군가 W 앞에서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었더라면.
로센바움 기자의 안경은 아직도 그의 컴퓨터에 걸려 있다. 그를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모린 다우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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