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신 고트비 대표팀 기술분석관은 최근 국내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의 모든 득점 지역을 분석해 발표했다. 골대의 양 기둥에서부터 페널티라인까지 이어지는 사각형 지역에서 득점의 75%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김남표 자료분석위원은 각종 대회마다 편차는 있지만 골대 정면인 이 지역에서 득점의 70% 이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중앙 스트라이커들의 주활동 무대다. 맨체스터는 뤼트 반 니스텔로이와 웨인 루니에게 이 지역에서의 활동을 주로 맡겼다.
반면 박지성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서 돌파에 이은 공간 창출과 크로스에 이은 어시스트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 박지성은 그동안 이 역할에 충실했다. 어시스트 4개를 기록하며 이 역할에서 합격점을 받았기에 계속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박지성에게 득점이 없었던 것은 분명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중앙 공격수가 집중 마크를 당하거나 그들의 공격이 수비에 막혀 흘러나올 때 두 번째로 공격기회를 잡을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이와 관련해 “박지성이 이전에 활약했던 네덜란드 리그보다는 잉글랜드 리그가 훨씬 경기의 템포도 빠르고 패스의 강도도 높다. 네덜란드에서의 볼 감각에 익숙했던 박지성은 이 같은 감각 차이로 잉글랜드 리그 데뷔 후 패스를 받을 때 첫 번째 볼 터치가 길었던 단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팀 내에서의 역할 분담과 네덜란드리그에서와의 감각 차이 등으로 박지성의 첫 골이 늦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골대만 여러 번 맞히는 불운도 한몫했고 이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맨체스터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골은 루니와 니스텔로이가 넣으면 된다. 박지성은 잘하고 있다”고 말해 왔다. 박지성이 자신의 팀 내 역할을 확실하게 해 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제 골까지 넣었으니 부담감 없이 자신의 몫을 더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원홍 기자 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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