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내속에 있는 또다른 나…‘내 안의 유인원’

  • 입력 2005년 12월 10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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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유인원/프란스 드 발 지음·이충호 옮김/392쪽·1만2900원·김영사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척 동물인 침팬지와 보노보.

침팬지는 폭력적이고 권력에 굶주린 동물이다. 반면에 영장류 세계의 히피족이라 할 보노보는 전쟁보다는 섹스를 더 좋아한다.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화성에서 온 침팬지, 금성에서 온 보노보’라고나 할까.

침팬지가 우리에게 씌어진 악마의 얼굴이라면 보노보는 천사의 얼굴이다. 우리 인간의 본성은 이 두 가지 성격이 불안하게 결합돼 있다. “우리는 야누스처럼 서로 반대편을 향한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쏟아져 나온 글들은 인간의 본성을 암울하게 묘사했다. 권력과 피에 굶주린 침팬지의 행동은 인간을 ‘도살자 유인원(killer ape)’으로 보는 견해를 널리 유포시켰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는 스스로 돕는 자를 돕기 때문에 이기심은 우리를 끌어내리는 결점이 아니라 변화의 원동력”이라고 가르쳤다. 생물학자 마이클 기셀린은 이렇게 단언한다. “이타주의자의 살갗을 할퀴면 위선자의 피가 흐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생물학계에서 인간의 본성에 관한 논쟁의 기조는 강자의 권리에서 도덕성과 책임감의 진화 쪽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우리의 잊혀진 사촌, 보노보의 등장은 우리 안에 잊혀진 ‘지킬 박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영장류를 통해 바라본 인간의 초상(肖像)이다. 세계적 영장류 학자인 저자는 공격적인 침팬지와 평화적인 보노보가 우리 인간 속에 어떻게 똬리를 틀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서양의 학자들은 오랫동안 인간의 사회적 측면보다는 경쟁적 측면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인간이 그토록 이기적이고 파괴적이라면 우리가 오늘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피로 물든 이빨과 발톱’만이 자연의 모습은 아니다.

“우리의 내면에는 하나가 아니라 두 종의 유인원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빨을 드러낼 수도 있고,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 우리 자신의 환경과 동족을 파괴할 수도 있고, 깊은 공감과 사랑을 나눌 수도 있다.”

그러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라.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적(敵)이 누구이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도록 도와줄 친구가 누구인지 가려내라!

원제 ‘Our Inner Ape’(2005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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