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흔들지 마세요 샴페인이 놀라요

  • 입력 2005년 10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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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맨'으로 불리는 황의건 씨. 12년간 샴페인을 마신 그를 족발과 수육도 샴페인과 어울린다고 말한다. 변영욱 기자
'샴페인 맨'으로 불리는 황의건 씨. 12년간 샴페인을 마신 그를 족발과 수육도 샴페인과 어울린다고 말한다. 변영욱 기자
《‘샴페인은 가장 외로운 순간에 위안을 주고 지혜를 주는 에너자이저다.

오늘도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샴페인 안 마셔?’

최근 나온 샴페인 전문서 ‘2억5000만 개의 거품’의 한 구절이다.

2억5000만은 샴페인 1병(750mL)에 들어 있는 거품 수다.

이 책의 저자는 홍보대행사 오피스h의 황의건 이사.

‘트렌드 세터’로 통하는 그는 케이블TV 온스타일의 ‘메트로섹슈얼’ 시리즈의 주인공이었고 KMTV ‘아이콘99’를 다음달부터 진행한다.》

그는 명품 브랜드 홍보를 해 왔으며, 샴페인 홍보를 오래해 ‘샴페인맨’으로 불린다. 와인에 비하면 샴페인에 대한 국내 관심은 크게 뒤처지는 편. 그는 샴페인 문화를 확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샴페인 이야기를 들었다.

○ 샴페인은 까다롭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포도로 만든 발포성 와인을 가리킨다. 다른 지방의 포도로 만든 것은 ‘무스’나 ‘크레망’으로 부른다. 미국산은 ‘스파클링 와인’, 독일산은 ‘젝트’다. 우리가 생일 때 흔들어 거품을 터뜨리는 샴페인은 대부분 저렴한 복숭아주다.

와인은 한 번 발효시키지만 샴페인은 두세 차례 발효시키기 때문에 맛이 더 복합적이고 섬세하다. 황 이사는 “12년 넘게 마셨지만 거품이 혓바닥에서 터질 때 느껴지는 전율을 두세 번 경험했을 정도로 샴페인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음회에서 ‘살짝 구운 브리오슈 향이 난다’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을 쓰지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면 된다고 황 이사는 말한다. 그는 박하 맛, 깻잎 향 등으로 맛을 설명한다. 한 시음회에서는 ‘참기름 맛이 난다’고 했다가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 샴페인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축하 행사에서 샴페인을 흔들어 ‘펑’ 하고 거품이 나게 하는 것은 이벤트일 뿐이다. 황 이사는 “평소에는 흔들지 말고 조심해서 따야 한다”며 “샴페인은 섬세한 액체여서 흔들면 놀란다”고 말한다.

샴페인을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말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샴페인은 다른 술과 섞어 마시지만 않으면 괜찮다. 이 같은 오해는 복숭아주를 샴페인으로 혼동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샴페인이 여성용의 약한 술이라는 것도 오해다. 샴페인은 알코올 도수가 13.4도로 낮지 않지만 맛이 달아 취하는 줄도 모르고 계속 마시게 된다고 한다.

황 이사는 “샴페인은 ‘작업용 술’로도 통하는데 샴페인을 사는 남자는 ‘선수’, 그러나 세련된 선수”라고 말했다.

○ 마시기 20∼30분 전에 얼음에 담가야

샴페인을 맛있게 마시는 법은 냉장 보관했다가 마시기 한 시간 전에 실온에 꺼내고 20∼30분 전에 얼음에 담가두는 것이다. 이때 온도가 6∼8도로 가장 깊은 맛이 난다. 오래된 빈티지 샴페인은 이보다 2도 정도 온도를 높여 마신다.

황 이사는 귀로 병 따는 소리를 듣고 눈으로 금빛을 즐기고 코와 입으로 미묘한 맛과 향을 느끼라고 권했다.

샴페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치즈. 속이 희고 부드러운 것으로 샹파뉴 인근에서 나오는 ‘샤우르스’가 최고이며 ‘브리’ 치즈도 좋다.

음식과 샴페인의 궁합을 실험해 봤다는 황 이사는 비빔밥과 샴페인의 조화에 높은 점수를 준다.

“쌀의 단맛과 신선한 나물이 씹히는 맛, 거기에 샴페인! 너무 맛있어요.”

새우젓을 찍은 족발과 수육, 간장으로 양념한 궁중 떡볶이, 맵지 않은 일본식 라면과 샴페인도 잘 어울린다. 불고기와 갈비, 신선로는 샴페인과 환상의 커플. 그러나 황 이사는 거듭 말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함께 마시세요. 그것이 정답입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황의건 추천 샴페인▼

▽샴페인을 알고 싶은 초보자=샴페인의 대명사인 ‘모에’를 추천.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므뉘 등 세 가지 포도가 균형을 이뤄 누구든지 쉽게 만족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로 치면 라코스테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느낌.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면=모던한 느낌의 ‘니콜라 푸이아트’가 적합. 레몬 향이 은은하며 부드러운 캐러멜의 풍미가 좋다. 빅토르 드 롤프처럼 튀는 스타일이지만 품위를 잃거나 트렌드를 거스르지 않는다.

▽진중하고 전통을 좋아한다면=견고하고 힘찬 ‘크리스털’이 제격이다. 명품의 대명사 에르메스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크리스털과 에르메스…. 최고의 풍미와 최고의 스타일 그 자체다.

▽시크한 사람=도회적이고 세련된 맛의 ‘볼랭제’를 권하고 싶다. 영화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제임스 본드가 감옥에서 나온 직후 호텔에서 주문한 샴페인이기도 하다. 블랙 앤드 화이트의 느낌으로 절제된 세련미가 있는 질 스튜어트와도 같다.

▽창조적이고 섬세한 사람=니콜라 푸이아트의 ‘퀴베팔메 도르 1995년산’을 권하고 싶다. 디자이너로 치면 이세이 미야케나 마르탱 마르지엘라처럼 실험적인 스타일. 기품있는 맛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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