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알파치노의 무게+샤일록의 복수심 ‘베니스의…’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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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도로시
사진 제공 도로시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의 ‘베니스의 상인’은 별다른 기교나 재주를 부리지 않고 원작의 문학적 향기를 충실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둔 영화다. 하나하나 음미해볼 만한 시적인 대사와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고스란히 옮겨온 듯한 소품과 의상, 세트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회화 같은 화면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요즘 영화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지친 관객들에게 제격이지만 영화의 호흡이 길고 ‘쉼표’도 많은 편이라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다.

‘살 1파운드를 가져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명판결로 기억되는 원작이 반(反)유대 감정을 다룬 탓인지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과 달리 할리우드에서 유성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 사실도 흥미롭다. 샤일록 역을 맡은 알 파치노의 중후한 연기는 이 영화의 품격을 한 단계 높여 준다. 자신의 직업(고리대금업)과 종교(유대교)로 인해 박해 받고 고통 받는 비극적 인물상, 그래서 증오와 복수심으로 똘똘 뭉친 샤일록의 일그러진 내면은 알 파치노의 출중한 연기 덕에 관객들의 마음에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우편배달부와 시인 네루다의 우정을 서정적으로 그린 ‘일 포스티노’(1994년)의 마이클 레드퍼드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도 안정적인 연출력을 보여 준다. 21일 개봉. 12세 이상.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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