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의 필독서 50권’ 청춘 앞에 바치는 보석 같은 책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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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서 독서하는 학생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교보문고에서 독서하는 학생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동아일보가 올해 창간 85주년을 맞아 펼치고 있는 ‘책 읽는 대한민국’ 기획의 하나로 19일부터 ‘열아홉 살의 필독서 50권’ 시리즈를 시작한다. ‘서울대 권장 도서 100권’(4월 1일∼7월 29일 연재), ‘21세기 신고전 50권’(8월 8일∼10월 12일)에 이은 세 번째 기획.

이번 시리즈는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행하는 젊은 세대에 건강하고 깊은 사고와 풍성한 교양을 체득할 수 있는 양서를 추천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50권의 필독서는 본보 ‘책의 향기’ 팀이 각 분야 전문가와 일선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선정했다. 본보가 추천을 의뢰하면서 제시한 기준은 단 하나, 즉 “이제 곧 스무 살이 될 귀하의 자녀 또는 동생에게 ‘네 나이에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인생에서 소중한 것 하나를 놓치는 셈’이라고 말해 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단 가급적 최근 수년간 출간된 책에 비중을 두어 달라고 부탁했다.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고전(古典)에 추가해 좀 더 다양하고 새로운 책의 세계로 청소년 독서의 지평을 넓혀 보자는 취지에서다.

특히 일선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전국 철학교사 모임’ 등 독서 운동을 펼치는 교사들의 모임이 100여 권(중복 추천 포함)을 추천해 줬다.

이와 별도로 대학교수, 문인 등 각계 전문가 100여명 에게서 100권을 추천 받았다. 이렇게 추천된 책들 가운데 50권을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재미있고 흥미로워야 하고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며 △역사 및 사회, 인간의 본성에 대한 안목과 통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번에 선정된 책들이 이 시대 청소년 필독서의 전부일 수는 없다. 다만 기존의 고전에 추가해 젊은이들이 책에 흥미를 느끼고 책과 함께 살아가는 데 중요한 자극이 되기에 충분한 책들이다. ‘열아홉 살의 필독서’ 50권이 책을 사랑하는 젊은 독자들의 독서에 작은 안내판이 되길 기대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그대를 도와줄 모든 것이 책 속에 있다오”

책은 배신하지 않는다. 영화는 볼 때마다 주인공에 매료되고 끌리고 하면서 자꾸 나와 현실적인 관계를 비교한다. 저 여자와 만났으면, 데이트했으면 한다. 그래서 사람을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하고, 욕망하게 하고, 작은 일에 분노하고 슬퍼하게 한다.

하지만 책은 나 자신과 함께 성장한다. 읽을 때마다 새록새록 새로운 공감과 감동을 준다. 분명 똑같은 책인데도 책이 나를 따라 성장하며 변한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항상 거기에 있으면서도 항상 새로운 얼굴이다. 그러면서 세상을 길게 보게 해 준다. 작은 일에 슬퍼하지 않고 이길 수 있는 힘을 준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고전이라 부르는 양서(良書)들은 시간의 굴레에 갇히지 않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깨우침을 준다.

특히 청소년기의 독서는 평생의 이성(理性)과 열정을 보장해 줄 에너지의 탱크를 채우는 일이다. 어른이 되면서 겪는 아픔과 혼란을 이겨내고 인생의 좌표를 세울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이기도 하다. 인생과 세상을 배우는 방법은 많다. 우선 보고 듣는 것이 지식과 지혜의 원천이다. 견문이 넓을수록 생각이 깊어지고 바르게 행동할 수 있다.

그런데 보고 듣는다고 해서 깨치는 것은 아니다.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려는 마음이 있어야만 견문과 체험을 마음의 양식과 생활의 지혜로 눌러 담을 수 있다.

새로 접하는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려면 그 정보를 분석하여 대뇌 속에 담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지속적인 독서다. 물론 TV를 비롯한 영상물에서도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이는 자극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반면 독서는 책과 나의 쌍방향적인 대화이며 만남이며 스킨십이다.

책 대신 영상물, 독서 대신 레저가 자신들의 시대를 호령하고 나선 지 오래다. 영상시대의 도래가 문자시대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는 진단도 득세하고 있다. 과연 책 없는 세상이 곧 도래할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이룩한 찬란한 문명은 문자라는 매개체를 활용한 성과이다. 설령 인류가 변종되더라도 문자와 이성의 체계는 고스란히 전승될 것이다.

이제 스무 살의 들녘으로 나아갈 젊은이들이여, 그대를 도와줄 모든 것이 책 속에 있다오. 그대가 지치고 두려워 위로와 지혜를 얻고자 할 때 그대의 귀에 그걸 속삭여 줄 목소리는 모두 책 속에 담겨 있다오.

안경환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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