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하버드 졸업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진다’

  • 입력 2005년 3월 11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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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의 산실’로 불리는 하버드대 경영대학 본관(왼쪽)과 강의실(오른쪽). 15명의 경영대 교수들은 졸업생들에게 ‘아첨하는 말에 흔들리지 말고 진실에 귀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고경영자(CEO)의 산실’로 불리는 하버드대 경영대학 본관(왼쪽)과 강의실(오른쪽). 15명의 경영대 교수들은 졸업생들에게 ‘아첨하는 말에 흔들리지 말고 진실에 귀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하버드 졸업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진다/데이지 웨이드먼 엮음·안명희 옮김/216쪽·1만원·세종서적

“하버드대 경영대학의 마지막 수업은 평상시와 다르게 진행된다.”

모든 과목이 그렇다. 마지막 수업에서는 사례 연구에 대한 토론도 없고, 질의응답도 없다. 교수는 칠판에 아무것도 적지 않고 기말시험의 형식에 대해서만 간략히 설명한다. 학생들은 메모를 한 뒤 조용히 노트북을 닫는다.

그러나 아직 수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사회에 나가 비즈니스계의 거목들로 커 나갈 학생들을 향해 교수들은 지금까지 아껴두었던, 스승으로서 최고 조언이라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하버드대 경영대 출신인 엮은이는 이 조언들을 책으로 묶었다. 15명의 교수를 찾아가 인터뷰하고, 그들이 마지막 강의에서 풀어낸 교훈들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마케팅 학과장인 데이비드 벨 교수는 “5년마다 열리는 모교 방문 행사에 절대 가지 말라”고 말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동창회를 의식해 옛 급우들에게 자랑할 거리를 생각하며 살다 보면 ‘짧은 시간에 자신의 이력을 돋보이게 해줄 일이나 순식간에 떼돈 벌 일’을 고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식과 재능이 넘치던 인재들이 돈벌이가 꽤 되지만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고 진정으로 원하지도 않는’ 직장에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벨 교수는 “목표가 편협할수록 함정도 늘어난다”고 결론 내린다.

14년 동안의 최고경영자(CEO) 경험을 교수직에 접목시킨 스티븐 카우프만 교수는 “당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부하들의 역할과 반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 교훈을 처음 기업 임원이 되고 난 뒤 몇 주 만에 얻었다. 부하 직원에게 “수백 마일 안에 (우리 회사의) 영업소가 두 개나 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는데, 2주 뒤 한 곳이 폐쇄되고 두 명이 해고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내가 그럴 듯한 직책에 올랐다는 이유로, 내 질문이 지시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CEO가 처음 됐을 때, 친구가 “이제 두 가지를 구경하지 못하겠구먼, 싸구려 식사와 진실”이라고 한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주위 사람들이 굽실거리며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을 때 관리자는 회사의 문제들을 보지 못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산업공학 전문가였던 자이 자이쿠마르 교수는 히말라야에서 추락해 조난당했을 때 겪은 일화를 생각한다. 1km나 미끄러지고 엉덩이뼈가 부러진 그는 인근 주민의 보살핌으로 목숨을 건진 뒤 삶의 행운과 책임에 대해 숙고한다.

“나는 삶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이며, 내가 처한 환경도 한 순간에 얼마나 철저하게 변화될 수 있는지 깨달았다.”

누구나 어떤 성공을 하든 자신의 행운에서 나오는 것이며, 성공으로부터 책임과 의무가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여기 실린 에세이들은 젊은 학생에게 주는 조언들이다. 그러나 지도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사람, 도전적 회사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 조언을 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유용할 것”이라고 엮은이는 말한다.

원제는 ‘Remember Who You Are: Life Stories That Inspire the Heart and Mind’ (2004년).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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