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온라인게임 1위‘카트라이더’만든 넥슨 정영석 실장

  • 입력 2005년 3월 3일 1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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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카트라이더’를 만든 정영석(앞줄 왼쪽) 실장과 프로젝트 R팀. 끈끈한 팀워크는 이 게임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이다. 강병기 기자
오늘의 ‘카트라이더’를 만든 정영석(앞줄 왼쪽) 실장과 프로젝트 R팀. 끈끈한 팀워크는 이 게임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이다. 강병기 기자
대한민국 성인 4명 중 1명은 한다는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 젊은 층이 주로 즐기는 게임의 특성을 고려하면 20, 30대에서는 2명에 1명꼴로 즐기는 ‘국민 게임’이다.

지난해 12월 전국 PC방 조사에서 1998년 이후 부동의 1위였던 ‘스타크래프트’를 제친 후 지금까지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대박 게임을 만든 이가 넥슨의 정영석(35) 개발실장이다.

○ 카트라이더란

카트라이더는 귀여운 캐릭터가 작은 레이싱카(카트)를 운전하는 온라인 레이싱 게임. 지난해 6월 오픈한 이후 현재 가입자 1100만 명, 하루 이용자 250만 명, 동시 접속자 21만 명으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개발 착수는 2003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존 레이싱 게임인 ‘크레이징 아케이드’의 캐릭터를 활용한 새로운 게임을 모색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 레이싱 게임은 별로 없었죠. CD 레이싱 게임은 있었지만 값이 비쌌고요. 스타크래프트처럼 여럿이 동시에 접속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밥 먹듯 철야작업을 한 것은 물론 휴일도 반납한 채 1년 반을 보냈다. 앞서 개발한 댄싱 게임이 실패한 전과(?)로 인해 총감독에서 게임기획자로 강등된 바도 있어 부담감은 더욱 심했다.

“시제품을 만든 후 팀 내 그래픽팀과 프로그램팀 간의 레이싱 대항을 했죠. 냉정하게 점검해야 할 사람들이 게임에 푹 빠져 밤을 새우는 것을 보고 좀 되겠다 싶더라고요.”

○ 경쟁력 있는 게임

이 게임은 상하좌우 4개의 방향키와 3가지 키(shift, ctrl, alt)만으로 즐길 수 있는 간편성이 최고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또 온라인 레이싱을 통해 유저들과의 경쟁심을 유발하고, 다양한 공격, 방어 아이템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벌일 수 있으며 자신만의 차와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하는 재미 등이 어우러져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난관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속도만을 겨루는 스피드전을 완성한데 이어 공격, 방어 아이템을 사용해 겨루는 아이템전을 내놓으려 할 때였다. 개시를 한 달여 남기고 아이템전이 재미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오픈 일은 얼마 안 남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가 없더라고요. 고민하다가 결국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죠. 곧바로 팀원들에게 새로운 개발 방향과 할 일을 지시하는데 정말 머리에서 김이 나는 줄 알았어요.”

이 게임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는 바로 ‘ㅋㅋㅋ’ ‘^^’ ‘버럭’ 등의 단어를 대화창에 치면 캐릭터들이 이에 맞는 소리와 동작을 한다는 점. 이는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의 소재로도 이용되고 있다.

“캐릭터에 생명력을 주고 대화창의 언어폭력을 조금이라도 막고 싶었죠. 이 기능 덕분에 카트라이더 대화창은 욕이나 선정적인 말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 게임의 숨겨진 비밀

그의 이력은 사실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1994년 군 제대 후 컴퓨터 그래픽 아르바이트를 하다 우연히 친구와 함께 게임 그래픽을 하게 된 것이 계기. 친분이 있는 몇 명이 모여 게임 하나를 만들고 실패한 것을 제외하면 1996년부터 쭉 넥슨에만 근무했다.

“좋은 게임은 초기 아이디어와 결과물이 거의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봐요. 머릿속으로 그린 영화 한 편이 그대로 게임으로 나오는 것이죠. 카트라이더도 구상과 결과물이 다르지 않았던 것이 성공의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에게 카트라이더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는 법을 물었다.

“레이싱 후 시상대에서의 댄스 타임 때 위쪽 방향키를 누르면 캐릭터가 춤을 추죠. 각종 아이템을 맞고 차가 방향을 잃었을 때 ‘R’키를 누르면 바로 직전의 상태로 돌아가요. 또 물폭탄을 맞고 물속에 갇혔을 때 좌우 방향키를 연속으로 누르면 탈출 속도가 빨라집니다.”

아이템도 무작위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레이스 순서에 따라 그룹별로 다르다는 것. 선두권은 바나나, 보호막 등 다른 차를 견제하는 아이템이, 중위권은 물파리, 물폭탄 등 선두권을 잡는 아이템이, 하위권은 부스터나 자석 등 속도를 높이는 것이 나오기 때문에 전략을 짜서 레이스에 임하는 재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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