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찬종]‘과학교육 혁신’ 지금이 기회

  • 입력 2004년 12월 16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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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두 가지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 학생들의 실력이 세계 상위권인 것으로 다시 확인됐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수학 과학 성취도 국제비교(TIMSS)’에서는 46개국 중 과학 3위, 수학 2위이며, 고교 1학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는 40개국 중 과학 4위, 수학 3위, 문제해결력 1위, 읽기 2위였다. PISA는 TIMSS와 달리 지식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올바른 결론이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소양을 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특별하다.

우리 학생들은 TIMSS 등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1980년대부터 계속 높은 성적을 보였지만 우리 내부에선 이를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 때문에 그런 것일 뿐 문제해결력과 같은 고차원적 능력을 평가하면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2000년 처음 실시된 소양평가인 PISA에서 우리 학생들이 높은 성적을 보인 데 이어 이번에 우수성을 거듭 확인함으로써 그런 주장들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 학생들의 높은 순위에 만족하기보다 평가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우리 교육체제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잘 살려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성취도가 높은 이유는 우리 학생들의 능력이 우수한 탓도 있지만 그 이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국제 성취도 평가의 내용이 우리나라 과학교육 과정의 내용과 유사하고 우리 학생들의 문제 풀이 위주 학습이 선다형 중심인 국제 성취도 평가 문제 풀이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탐구 영역의 문항 유형은 국제 과학 소양평가 문항과 유사점이 많다.

우리 학생들의 과학이나 수학에 대한 선호도와 자신감이 매우 낮게 나타난 것은 크게 우려되는 점이다. 이는 우리 학생들의 높은 성취도의 이면에는 과학과 수학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자리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학년이 올라가면서 과학 성취도 저하와 이공계 기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04년 7월 발표된 일본 과학진흥재단의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고교생과 대학생의 과학 학력 비교연구 결과 우리 학생들이 가장 하위로 나타난 것은 그 가능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국제 비교 연구는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질적 수준 점검과 혁신 방향에 대한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이를 보다 의미 있게 만들려면 우리도 국가 차원의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과학교육의 혁신과 발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준비와 실천 없이는 과학 실력이 진정으로 최고인 나라가 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

과학교육의 혁신과 진흥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과학교육 진흥을 위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국가 과학교육 표준’과 같은 구체적인 지향점을 설정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과학교과 이수 시간을 늘리고, 학생들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과학 교재와 다채로운 과학도서의 개발이 절실하다.

김찬종 서울대 교수·과학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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