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베스트]<1>박카스-비타500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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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변화의 방향도 종잡을 수 없다. 신(新)산업이 눈 깜짝할 사이에 등장하고 산업간의 경계가 무너진다. 수십년간 1등을 지켜온 제품이나 서비스도 순식간에 경쟁의 대열에서 탈락하기도 한다. 글로벌 경쟁의 격화, 정보기술(IT)의 발전, 참살이(웰빙)로 상징되는 소비자의 욕구 변화가 동인(動因)이다. 본보는 변화의 속도와 방향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해 매주 화요일자 경제섹션에 ‘21세기 맞수’들의 이야기인 ‘Best & 베스트’ 시리즈를 연재한다.》

제약업계에서는 동아제약의 박카스가 ‘드링크의 지존(至尊)’으로 통한다. 동아제약은 1963년 박카스를 내놓은 뒤 지금까지 한 번도 드링크 시장에서 1등을 뺏겨 본 적이 없다. ‘원비 디’ ‘영진구론산바몬드’ ‘영비천’ 등 수많은 제품이 박카스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박카스의 아성에 최근 심상찮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광동제약이 내놓은 비타500이 주인공.

비타500이 처음 나온 2001년의 매출은 53억원. 이후 96억원, 280억원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100% 안팎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900억원대로 껑충 뛰어오를 전망이다.

반면 박카스 매출은 2002년 2158억원을 피크로 지난해 183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도 1800억원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 해답은 ‘참살이(웰빙) 바람’에 있다. 대우증권 임진균 애널리스트는 “두 제품 모두 ‘피로회복’ 드링크이지만 비타500은 참살이 시대에 맞게 ‘무(無)카페인’과 ‘비타민C’라는 키워드를 찾아내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9회 말 역전 홈런’=비타500의 성공은 ‘젊은층 공략’과 ‘유통 다각화’에 있다. 2000년에 비타민C 원료가 뜨면서 광동제약에서는 ‘마시는 비타민C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운지천’ 등 드링크류를 내놨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에 박카스가 장악한 약국 유통에 도전할 경우 성공하기 힘들다고 보고 유통경로를 다양화하자는 안도 추가됐다.

이는 1999년 1차 부도 뒤 신제품 개발에 신중을 기하고 있던 광동제약에 뜻하지 않은 행운을 안겨 줬다. 일반 소매시장에 유통되기 위해서는 카페인을 빼야 했는데 참살이 바람에도 들어맞아 유행을 만들어내게 된 것. ▽박카스의 고민과 각오=박카스는 비타500 돌풍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원비디도 한때 우리 매출에 맞먹었다”며 ‘지나가는 돌풍’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내심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반성도 하고 있다.

카페인 함량이 커피 한 잔의 4분의 1 수준밖에 안 들어 있다고 해도 요즘 소비자들은 알아 주지 않는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아제약은 카페인을 뺀 박카스를 내기 위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허가를 요청했다. 또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아이디어도 계속 개발할 예정이다.

이준원 마케팅본부 부장은 “성분과 유통경로가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 시장에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비타500이 넘어야 할 산=비타500은 우선 30여개나 난립하는 유사 음료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김현식 광동제약 영업본부장은 “최근 식약청에서 발표됐듯 비타민C 성분이 없는 비타민 음료가 난립할 경우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또 비타500의 약진이 계속될 경우 동아제약이 아닌 다른 음료업체의 견제도 예상된다. 실제로 대형 음료회사에서 유통망에 대한 힘을 앞세워 ‘제품 죽이기’에 본격 나설 경우 살아남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전례도 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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