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파행’ 李총리 의도는 뭔가

  • 입력 2004년 10월 29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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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폄훼 발언으로 국회 대(對)정부질문이 이틀째 파행을 겪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총리의 파면을 요구했고, 이 총리는 한나라당이 먼저 ‘좌파 공세’부터 사과하라고 한발 더 나갔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은 전적으로 이 총리의 책임이다.

대정부질문이란 의원이 국민을 대신해 국정현안에 대해 묻고 총리와 장관이 답변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한나라당은) 좋은 정당이 아니다”며 국정파트너인 야당의 존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했으니 대의민주주의 자체를 무시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총리 임명 직후인 7월 초 한나라당을 찾아가 “한나라당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 서로 같이하기가 좋겠다”고 한 것은 빈말이었던가.

총리는 정파를 초월해 국정을 아우르는 자리다. 모든 사안을 당리(黨利)가 아닌 나라와 국민 편에서 봐야 하고, 갈등 조정에 앞장서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총리의 자세는 정반대다. 야당이든 언론이든 정권 비판세력엔 노골적으로 적의(敵意)를 드러내는 등 정파적으로만 대응하는 모습이다. 마치 ‘친노(親盧)세력은 똘똘 뭉치자’는 ‘투쟁 정치’의 선봉에 총리가 서 있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러니 여당 안에서조차 “개혁하자면서 혁명하듯 조급하게 덤비는 것 아니냐”는 질책이 나오는 게 아닌가.

특히 이 총리의 대야(對野) 강경자세가 이른바 ‘4대 입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략적 의도일지 모른다는 정치권 일각의 의구심에 주목한다.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 여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것이다. 행여 그렇다면 총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 전체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지금 나라 형편은 어렵다. 민생, 경제, 안보, 교육 등 어느 분야 하나 성한 곳이 없다. 이런 마당에 여야의 협조를 구해 국정을 추슬러야 할 총리가 오히려 정국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것은 국정 수행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일이다. 이 총리는 당장 문제 발언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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