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찾아 떠나는 길]〈9〉증산도 본부 수도원 철야수행

  • 입력 2004년 9월 2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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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도 태을주 철야 수행 참가자들이 도공체조로 몸을 풀고 있다. 대전=김차수기자
증산도 태을주 철야 수행 참가자들이 도공체조로 몸을 풀고 있다. 대전=김차수기자
1일 0시반 대전 서구 괴정동 증산도 본부 수도원. 주변 주택가의 불이 하나 둘 꺼져가는 깊은 밤인데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100여명이 태을주(太乙呪·증산도의 기본 주문) 철야수행을 위해 2층 성전에 모여 앉았다.

이들은 본격 수행에 앞서 태을주 도공체조로 몸을 풀었다. ‘훔, 치, 태, 을, 천, 상, 원, 군…’ 등 태을주를 한 자 한 자 큰소리로 읊으며 자연스러운 전통 춤사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동작을 멈춘다. 간단한 팔 동작과 호흡법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도공체조는 몸속의 기가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동작이 별로 크지 않은데도 에어로빅 못지않게 열량 소모가 커 운동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오전 1시반. 본격적인 태을주 수행이 시작됐다. 태을주는 ‘훔치 훔치 태을천 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 사파하’이다. 증산도 본부의 홍보를 맡고 있는 이재문 수호사는 “태을주는 생명창조의 원리가 내재된 우주 근원의 신의 소리”라면서 “23자밖에 안 되지만 이 주문에는 인간과 우주를 하나 되게 하고 생명의 뿌리를 찾게 해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무릎을 꿇고 앉아 눈을 지그시 감은 수행자들이 리듬에 맞춰 태을주를 암송했다. 마치 시조 창 같은 은은한 소리가 밤하늘로 퍼져 나갔다. 기자도 수행자들과 함께 앉아 태을주를 암송해봤으나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자꾸 굽어져 간신히 1시간을 버텼다. 하지만 수행자들은 꼿꼿한 자세를 흩뜨리지 않았다. 1시간 동안 주문을 외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하는 식의 수행은 오전 5시반까지 이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육체적 고통이 커지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얼굴 표정은 더욱 맑아지는 듯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문부기씨(29·벤처기업 근무)는 “수행 중 졸리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주문을 외다 보면 정신이 맑아진다”면서 “철야 수행을 할 때는 2, 3시간 자고 출근하지만 피곤한 줄 모르고 일한다”고 말했다.

태을주 수행의 가장 큰 특징은 참선처럼 침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큰소리로 주문을 외는 것. 주문을 반복해서 읽으면 주문의 파동을 타고 그에 상응하는 우주의 신성한 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게 증산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증산도 본부 수도원에서는 매일 100여명이 태을주 철야수행을 하고 있고, 전국 200여개 도장에서도 매월 초 5일 동안 철야 수행을 실시한다. 문의 1577-1691

대전=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태을주 수행법▼

①수도복이나 몸을 조이지 않는 편안한 옷을 입고, 무릎을 꿇거나 평좌를 하되 허리를 곧게 펴는 것이 중요하다.

②양손은 가볍게 말아 쥐고 몸쪽 가까이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아래턱을 약간 끌어당기는 기분으로 반듯하게 유지한다.

③눈은 지그시 감거나 자기 코앞이 보일 정도로 반쯤 뜬다.

④의식을 밖으로 분산시키지 말고 자신의 내면을 향해 태을주 소리에 집중해서 소리와 내가 하나 되도록 하며 읽는다.

⑤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읽되 맑고 경쾌하게 리듬을 살려서 운치 있게 암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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