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이슈]‘머리가 좋아진다는 약’은 진짜 마약일까

  • 입력 2004년 6월 13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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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지역 중고교생 사이에 머리가 좋아지는 약으로 알려진 ‘메틸페니데이트’가 마약일까.

신경정신과 의사들은 대체로 “마약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을 뿐 아니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에 가장 효과가 좋은 약이란 것이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송동호 교수는 “일부 언론에서 메틸페니데이트가 마약이라고 보도된 후 이 약을 쓰고 있는 많은 환자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 약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향정신성 약품이지만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복용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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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틸페니데이트는 ADHD 치료제의 성분명이다. 현재 3, 4종이 국내에 출시돼 있으며 대부분의 병원에서 이를 처방하고 있다.

문제는 약 자체가 아니라 ‘정상인’의 무분별한 오남용이란 게 의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ADHD 환자가 아닌데 왜 약을 복용하느냐는 것이다.

식욕 감퇴와 흥분 상태 지속에 따른 불면증이 가장 흔한 부작용이다. 장기간 복용하면 중추신경을 더욱 자극해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또 맥박이 빨라져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환청이나 환각 등과 같은 정신분열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약에 내성이 생기면 계속 약을 찾거나 중증 이상의 우울증, 시력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은 사실 예전부터 알려져 있던 것들이다. 각종 약품 정보 사이트에도 이런 내용이 상세하게 공개돼 있다. 그 내용을 들춰보자.

약을 복용한 사람의 10%는 두통과 위통, 식욕감퇴, 불면증 등 부작용을 호소한다. 구토, 소화불량, 현기증, 불안증, 우울증, 신경과민증 등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은 1∼10%다. 발생률이 1% 미만이기는 하지만 환각, 수면장애, 언어장애 등이 생길 수도 있다.

약 출시 전 실시된 임상시험에서는 혈압이 높아지고 심박수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금 이 약을 몰래 먹고 있는가. 당장은 머리가 좋아진 것처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몸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아야 할 것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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