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62>예(藝)와 술(術)

  • 입력 2004년 6월 8일 18시 07분


코멘트
藝術을 자원으로 정직하게 풀면 ‘나무심기(藝) 기술(術)’이다. 藝는 지금의 자형이 되기까지 복잡한 변형을 거쳤지만, 금문에서는 나무 심는 모습을 대단히 사실적으로 그렸다. 한 사람이 꿇어 앉아 두 손으로 어린 묘목(철·철)을 감싸 쥐고 있는 모습이다. 간혹 철이 木(나무 목)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의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후 土(흙 토)가 더해져 k(심을 예)가 되었는데, 이는 땅에 나무를 심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草木(초목)을 대표하는 艸(풀 초)가 더해져 k(심을 예)가 되었고, 다시 구름을 상형한 云(이를 운)이 더해져 지금의 藝가 완성되었다.

術은 의미부인 行과 소리부인 朮로 구성되었다. 行은 갑골문에서 사거리를 그렸으며, 많은 사람들이 거기를 오간다는 뜻에서 ‘가다’는 의미가 나왔다. 朮은 갑골문에서 농작물의 이삭을 꺾어 놓은 모습인데, 그 농작물은 갑골문이 사용되었던 황허 강 유역에서 많이 재배되었던 조나 수수였을 것이다. 이후 곡식을 뜻하는 禾(벼 화)를 더해 출로 변했는데, 출 역시 ‘차조’를 말한다.

사거리를 뜻하는 行이 術의 의미부로 기능한 것은 術이 사람들이 붐비는 길에서 行人(행인)들을 모아놓고 행하는 借力(차력)이나 묘기 같은 ‘技術’을 뜻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術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글자로 述이 있다. 述은 착(쉬엄쉬엄 갈 착)이 의미부이고 朮이 소리부로, '설문해자‘에서 ’따르다‘가 원래 뜻이라고 했다. 고대 중국에서 따라야 할 것은 자식이 부모의 경험을 계승하듯 옛 선인들의 축적된 지식이었으며 그러한 지식은 記述(기술)에 의해 효과적으로 전수되었다. 그래서 述에는 ‘따르다’는 뜻 이외에도 ‘이전에 말한 것’이나 記述이나 敍述(서술)하다 등의 뜻이 담기게 되었다.

이처럼 藝는 인간에게 유용한 과실수나 농작물의 묘목을 인간 거주지로 옮겨 심는 기술에서부터 출발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藝術은 그 시작부터 인간의 삶과 긴밀하게 연관되었음을 보여준다. 자연 상태의 粗野(조야)함에서 벗어나 자연을 인간에게 유용한 방식으로 변형시키는 기술을 바로 藝術로 인식했던 것이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