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협상]韓美 물밑논의 과정

  • 입력 2004년 5월 28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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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8일 ‘주한미군 감축 협상 개시’를 공식화하고 나선 데는 최근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결정을 계기로 야기된 주한미군 감축 논란을 더 이상 덮고만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5일 “한미연합군이 동북아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찰스 캠벨 미8군사령관의 발언이 거두절미돼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안보 불안감이 확산되자 차단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28일 익명을 전제로 밝힌 브리핑 내용에 따르면 미군이 1만2000명 규모의 주한미군 감축 계획을 통보한 것은 지난해 6월. 지난해 9월 말∼10월 초에는 이미 한미 양국간에 ‘감축 협상 공론화’ 문제로 긴장감이 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는 미국에 파견한 대미협의단을 통해 미국측에 “더 이상 이 문제를 감추고 있을 수 없다”며 “10월 1일과 10월 10일 중에 공론화할 테니 택일을 하라”고 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각 정당대표에 대한 사전설명 등 구체적인 공개 계획까지 짜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에 굉장히 난색을 표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에 대미협의단은 “정 그렇다면 우리의 안보상황도 있고 하니 2004년 말까지 아예 얘기를 하지 말고 그 다음부터 협의하든지, 아니면 지금 공론화하겠다”며 양자택일을 요구하며 미측을 압박했다는 것. 결국 2004년 여름까지 일절 협의를 중단하기로 결론이 났고 감축 협의 문제는 올해로 넘어왔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미측이 공론화에 난색을 표명한 이유에 대해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간 감축 협상도) 전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 하에서 독일 일본 등과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이 ‘먼저 하자’고 나오니까 부담을 가졌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로부터 한 달 뒤인 같은 해 11월 GPR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주한미군 감축을 연계한 한국의 자주국방 프로그램이 공개된 뒤에 협상을 진행했다가 그대로 실현되지 않았을 경우 한국 내 반미감정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말기인 2002년 11월 처음으로 주한미군 재조정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고, 이때는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당선가능성이 거의 희박했던 상황”이라며 “따라서 미국이 노무현 정부가 싫어서 주한미군 감축을 제안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 관련 일지▼

△2002년 11월 6일=더글러스 페이스 미국 국방차관, 이준 국방장관에게 주한미군 재조정 논의 위한 협의기구 구성 제안

△12월 5일=한미국방장관연례회담(SCM)에서 미래한미동맹구상 협의체 발족 서명

△2003년 6월 4∼5일=미국, 주한미군 1만2000명 감축 계획 설명(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 2차 회의)

△7월 31일=국방부, 노무현 대통령에게 자주국방추진계획 비공개 보고

△8월 15일=노 대통령, “10년 안에 자주국방 토대 마련하겠다”고 천명

△8월 19일=안보관계장관회의, 주한미군 재조정 범정부대책위 구성

△9월 9일=국방부,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과 자주국방 연계 프로그램 보고

△9월 25∼29일=외교부 국방부 NSC 합동 대미협의단, 미국 방문해 주한미군 감축 협의와 공론화 제안

△10월 10일=미국의 1년간 협의 중단 제안에 따라 공론화 계획 취소

△11월=미국,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 공식발표

△2004년 4월=미국 6∼7월경 주한미군 재조정 및 감축 협의 개시 희망 통보

△4월 16일=주미대사관, 90일 후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 가능성 보고

△5월 14일=미국,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 한국에 통보

△5월 28일=정부, 그간의 주한미군 재배치 논의 경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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