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함께]북한산 자락 우이동 솔밭공원

  • 입력 2004년 5월 21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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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소나무에 친숙함을 느낀다. 시조의 단골 소재고, 대부분의 사찰과 조선시대 궁궐들이 소나무로 지어졌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라는 산림청 통계도 있다. 소나무 송(松)자가 들어가는 지명은 6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 나도향이 ‘쏴아’라고 묘사한 솔바람 소리를 들어본 일이 있는지.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가면 도심에서도 소나무 숲을 볼 수 있다. 아파트가 들어설 수도 있었을 땅을 지역주민과 자치단체가 살린 곳이라 더 반갑다.

덕성여대와 도봉도서관 근처 우이동 산 59의 1 ‘솔밭공원’. 1만573평의 대지에 수령 80∼100년인 소나무 1000여그루가 자라고 있다.

강북구와 도봉구의 행정경계인 우이동길을 따라 가다 보면 길가에 갑자기 소나무 숲이 나온다. 진입 광장을 통해 공원에 들어가면 먼저 ‘소나무도 이렇게 키가 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놀라게 된다.

뒤틀리지 않고 쭉쭉 뻗어 키가 20여m에 이르는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서 있다. 10여m 위부터 가지와 잎이 나 어둡거나 음습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흡사 녹색구름이 머리 위에 있는 듯하다.

똑바로 하늘을 향하는 나무와 한 방향으로 20도 이상 기운 나무들이 섞여 있어 단조롭지도 않다. 생장이 좋은 나무는 솔잎이 10cm가 넘는 것도 있다.

은은한 솔향을 느끼며 숲 사이에 자연스레 난 길을 걷다보면 마음도 차분해진다. 나들이 나온 인근 주민들 모습이 한가하다. 그러나 나무 사이로 멋대로 들어가는 것은 금물. 소나무 숲에 들어가면 흙이 딱딱해져 뿌리가 숨을 쉴 수 없다고 한다.

강북구 공원녹지과 권종화 주임은 “처음 공원을 조성할 때 산책로와 나무 사이에 목책을 치려는 계획도 해봤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숲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 목책 설치를 다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원래 이곳은 사유지로 땅주인들이 숲을 없애고 아파트단지로 개발하려던 곳. 사유지라 마땅한 보존대책을 취하지 못하던 서울시와 강북구는 결국 부지를 매입하고 공원을 조성해 올해 1월에 개장했다. 총사업비 158억원 중 토지보상에만 140억원 이상이 들어갔다.

강북구는 우이동길 가로변을 개방해 주민의 접근을 쉽게 했고 인근 가로수 25그루를 큰 소나무로 바꿨다. 생태연못, 산책로, 배드민턴장, 건강지압보도 등도 갖췄다.

공원 자체는 30분 정도면 한 바퀴 둘러볼 만한 크기. 가족이 함께 북한산국립공원 동쪽 자락을 올라보는 것도 좋다. 솔밭공원∼진달래능선 간이매표소∼소귀천 계곡∼진달래능선∼보광사갈림길∼보광사∼솔밭공원까지 8km 코스는 보통사람의 걸음으로 4시간 정도 걸린다.

등산에 자신이 있다면 대동문과 우이동 야영장까지 들르는 13.5km 코스를 시도해도 좋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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