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어린신부 문근영 “저 이젠 어린애 아니죠?”

  • 입력 2004년 3월 30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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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린 신부’에서 16세 신부 역을 깜찍하게 소화해낸 문근영. 만나보니 실제 나이 17세 보다 더 어려 보였지만 배우로서의 속내는 나이보다 훨씬 성숙했다. 김미옥기자
영화 ‘어린 신부’에서 16세 신부 역을 깜찍하게 소화해낸 문근영. 만나보니 실제 나이 17세 보다 더 어려 보였지만 배우로서의 속내는 나이보다 훨씬 성숙했다. 김미옥기자
“신랑을 못 데리고 와 미안합니다.”

25일 광주의 한 극장에서 마련된 영화 ‘어린 신부’의 무대 인사에서 배우 문근영(17)이 깜찍한 ‘변명’을 하자 객석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극중에서 16세 어린 신부 ‘보은’ 역으로 출연했는데 24세 신랑 상민 역의 김래원(23)은 다른 일정 때문에 이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어린 신부’는 할아버지 때부터 가까운 두 집안의 인연과 ‘강요’로 여고생 신분으로 결혼하게 된 보은과 대학생 상민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보은은 생명이 위태롭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속아서 결혼식을 올렸지만 아직은 꿈도, 할 일도 많은 소녀다. 어릴 때부터 오빠로 알고 지내던 상민에게는 ‘접근 금지’를 선언하고 고교 선배인 ‘얼짱’ 야구선수와 데이트를 한다. 상민에 대한 보은의 감정이 핑크빛으로 바뀌는 작위적 해피 엔드는 상투적이지만 어린 신부 역의 문근영은 영화 속에서 시종 반짝반짝 빛난다.

28일 만난 그는 호기심을 가득 담은 큼직한 눈, 금방 톡 쏘아붙일 것 같은 야무진 입매가 ‘어린 신부’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영화와 사랑에 대해 주저 없이 또박또박 답변할 때면 타고난 배우의 기질이 드러났다. 그는 이제 성인 배우도 힘들다는, 영화의 흥행을 책임지는 당당한 주연 배우였다.

16세 여고 1년생과 24세 대학생의 사랑은 가능할까? 지난해 이 작품을 찍을 당시 그는 극중 보은과 같은 여고 1학년생이었다.

“친구들과 결혼에 대한 수다를 많이 떨어요. 결혼은 하지 않고 동거만 하면서 ‘알콩달콩’ 살겠다는 친구도 있어요. 현실의 결혼은 아직 잘 몰라도 사랑, 결혼, 이별은 우리 또래의 맘속에 들어있는 단어들이에요.”

지난해 ‘장화, 홍련’에 이어 1년만에 영화에 등장한 그는 쑥쑥 자라는 콩나무처럼 성장하고 있었다.

“첫 사랑요? 비슷한 것은 있었는데 확실한 것은 없었어요. 첫 사랑을 하게 되면 솔직하게 고백하기로 친구와 약속했어요. 난 솔직하지 않은 연예인이 되기는 싫어요.”

그의 휴대전화 초기화면에는 ‘소유라는 것’이라는 말이 찍혀 있다. 촬영 일정과 학업에 쫓기면서도 요즘 틈틈이 읽는 책이 일본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 책을 읽으면서 소유와 사랑의 차이가 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랑하면서도 소유하지 않는 리카의 사랑을 배우고 싶다”면서도 “콩깍지가 씌워 앞이 안 보인다는 ‘미친 사랑’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V 드라마 ‘가을동화’ 은서(송혜교)의 아역과 ‘장화, 홍련’의 수연 역을 통해 어린 이미지로 고정돼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며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남자 배우를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금세 앳된 미소를 되찾았다.

“‘후 아 유’의 조승우 오빠, ‘라이벌’ ‘…홍반장’의 김주혁 아저씨, 김상경 아저씨, 원빈. 아니 아저씨들이란 말은 전부 오빠로 바꿔주세요. (웃음)”

갑자기 ‘래원 오빠’가 생각났을까.

이 ‘어린 신부’는 동그랗게 눈을 뜨면서 깜빡 잊었다는 듯 “참, 래원 오빠도 넣어주세요. 안 그러면 삐쳐요”라며 “정말 래원 오빠가 촬영하면서 친오빠처럼 잘 해줬다”고 덧붙였다.

5월6일이면 18세가 된다.

“주민등록증이 곧 나온다는데 좀 징그러울 것 같아요. 영화 중 ‘나 이제 어린애 아니다’는 대사는 극중 보은이와 실제 내 감정에 딱 들어맞아요. 여인의 냄새가 나는 멜로도 한번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 하는 동안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외할머니 신애덕씨(73)가 펄쩍 뛴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손녀의 촬영현장을 동행하면서 ‘매니저 역할’을 해온 할머니는 “시나리오는 내가 먼저 본다. 아직 야한 것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4월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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