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홍석산/적당한 체지방은 ‘몸짱’의 조건

  • 입력 2004년 3월 19일 18시 21분


코멘트
생명체는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최신 컴퓨터나 기계장치보다 훨씬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예민한 감각으로 야생의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사람의 보호 속에서 주체적 학습 없이 사육되는 가축들에 비해 대체로 체지방 함량이 낮다. 또 야생동물의 체지방 속에는 가축에 비해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현대인의 육체적 비만화는 ‘문명의 우리(cage)’ 속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가축화’로 비유되기도 한다.

최근 ‘몸짱’ 열풍이 불면서 비만에서 벗어나려는 눈물겨운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비만 탈출을 위한 노력은 인간의 자연적 건강과 아름다움을 지키고자 하는 현대인의 의미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살을 빼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은 종종 비만에 대한 오해를 낳는다.

비만을 유발하는 체지방은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전신에 알맞게 분포된 양질의 체지방은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건강을 지켜주는 필수 요소의 하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약간 통통하고 풍만한 체형은 건강의 심벌로 받아들여져 왔다. 비너스상(像)을 보면 비만에 가깝다고 할 정도의 풍만한 몸매를 가지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미인도, 고구려 벽화의 여인, 백제의 마애석불, 통일신라의 석굴암 본존상 등은 하나같이 풍만한 형상이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것은 지나치게 마른 신체상이다. 일반인이 패션모델의 체형을 동경해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할 경우 대부분 실패로 끝날 뿐만 아니라 성공하더라도 건강이 상하기 쉽다. 굶거나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 전신에 분포돼 있던 체지방이 고루 연소되지 못하고 특정 부위, 특히 복부에 집중돼 복부비만을 유발하기 쉽다. 복부비만은 갖가지 성인병의 원인이다.

또 다른 오해는 ‘과다한 영양섭취가 비만을 유발한다’는 것. 따라서 무조건 먹는 양을 줄이기 쉽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만의 원인은 비타민이나 광물질 같은 미량(微量) 영양소가 결핍된 탄수화물과 지방의 편식이다. 우리가 평소 섭취하는 대부분의 음식물은 인위적 가공과 지력(地力)의 약화로 인해 미량 영양소의 함량이 낮아지고 있다.

대다수 비만인들은 설탕이 많이 들어 있거나 기름에 튀긴 음식물을 즐겨 먹는 스타일이다. ‘노자(老子)’에 보면 ‘사람이 만든 인위적 색깔이나 그림이 사람의 시각을 왜곡시키고, 인위적 소리나 음악이 사람의 귀를 멀게 하고, 인위적 조미료나 음식이 사람의 미각을 훼손할 수 있다’는 구절이 있다.

비만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조건 음식물을 줄이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 그보다는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미각을 복구해 별 맛은 없지만 미량 영양소가 풍부하고 가공 과정 중 생성되거나 첨가됐을 수 있는 해로운 화학물질이 들어 있지 않은 자연식품을 즐겨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야생의 동물이나 건강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음식을 골라서 섭취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라도 자연과 가까운 음식물을 다량 섭취하는 것이 비만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또한 과도한 살빼기보다 적절한 체지방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도 ‘몸짱’ 시대에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홍석산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