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내 아들이 명문대 간다면 뭔들 못하리 ‘맹부…’

  • 입력 2004년 3월 16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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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막을 수 없는 ‘바짓바람’을 코믹하게 그린 ‘맹부삼천지교’. 사진제공 젊은기획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바짓바람’을 코믹하게 그린 ‘맹부삼천지교’. 사진제공 젊은기획
맹사성(이준)의 아버지인 만수(조재현). 아내가 죽은 뒤 홀로 아들을 키우는 만수의 꿈은 사성을 서울대에 입학시키는 것이다. 만수는 전라도 시골에서 과외로 창(唱)을 배우던 아들이 상여소리꾼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듣자 야밤에 서울 달동네 옥탑방으로 이사한다. 그는 시장에서 동태장수를 하며 자식 뒷바라지를 하고 만수의 아들은 강북의 한 고교에서 1등을 한다. 하지만 만수는 ‘집 학원 학교가 강남 8학군의 1km내에 있어야 명문대에 합격한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사채를 빌려 다시 이사한다.

영화 ‘맹부삼천지교’(孟父三遷之敎)의 제목은 맹자(孟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집을 옮겼다는 고사 ‘맹모삼천지교’를 패러디한 것. 영화는 교육열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21세기 대한민국으로 무대를 옮겼고, 주인공을 ‘맹부’(孟父)로 대체했다.

이 작품은 강남으로 옮겨온 만수와 조폭 강두(손창민)가 이웃사촌이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통해 웃음을 유도한다. 교육 환경을 망치는 조폭에 맞서는 ‘부정’(父情)이 과장된 형태로 그려진다.

비틀린 교육 현실과 ‘바짓바람’을 소재로 삼은 영화의 아이디어는 반짝 빛나지만 그걸로 끝이다. 이 작품은 사회 전체를 병들게 만든 ‘학력 콤플렉스’를 풍자하고 있지만 정작 영화는 ‘웃겨야 산다’는 지독한 ‘웃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성과 강두의 조카 현정(소이현)의 신세대적 감성, 가족의 화해 등을 코미디에 담아냈지만 과장된 웃음소리에 묻혀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 속에서 조재현 손창민이 ‘망가지는’ 수고를 했지만 관객들이 보기에 안쓰러울 뿐이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김지영 감독의 데뷔작. 26일 개봉 예정. 15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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