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정치경제학'…사회주의 탈벗기, 문제는 경제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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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탈사회주의 체제개혁의 정치경제학/진승권 지음/423쪽 1만6000원 서울대출판부

서점에는 방대한 양의 북한관련 서적들이 즐비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북한연구방법론의 빈곤이라는 현실을 벗어나지 못한다. 많은 책에서 북한과 북한의 지도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그려지거나 자본주의체제의 잣대로 마구 재단돼 있고, 상당수 독자들은 ‘특이한 국가 북한’이라는 결론에 안주하고 만다.

이 같은 현상은 마르크스부터 그람시, 알튀세에 이르는 좌파이론 연구가 1980년대 한국사회에서 풍미했음에도 정작 현실 사회주의에는 무관심했던 데 기인한다.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연구를 통해 비교사회론적 이론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척박했고, 따라서 사회주의의 일반성과 특수성을 구별할 시각이 형성되기 어려웠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 먼저 탈사회주의 체제 전환에 대한 비교사회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저자(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폴란드 헝가리 체코의 탈사회주의 체제전환 과정을 정치와 경제라는 두 축으로 나눠 고찰했다.

동유럽의 정치변동과 경제개혁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우선 제2장에서 폴란드 노조인 솔리대리티(Solidarity)의 존재, 헝가리의 오랜 경제개혁의 유산 등 사회주의체제 때부터 형성돼 온 각국의 구조적 특성과 경제개혁을 개괄했다. 그리고 3, 4, 5장에서는 구체제로부터 물려받은 각국의 체제가 체제 전환과정과 새로운 변수의 상관관계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는지 세밀히 관찰했다.

결론에서는 각국에 대한 검토를 통해 정치 분야에서는 비교적 신속하고도 평화적인 ‘벨벳혁명’이 이뤄졌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과거의 남은 제도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을 도출했다. 그러나 동시에 동유럽 체제전환이 각국의 구조적 특성과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동유럽 체제전환의 일반성과 특수성을 모두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탈사회주의 체제전환이 급진적이어야 하느냐 혹은 점진적이어야 하느냐 하는 진부한 질문에 앞서 각국이 처한 구조적 환경과 출발조건이 보다 중요함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동유럽의 경제적 변화에 따라 동질화돼 있던 구사회주의 사회가 분화되는 과정과 이로부터 발생하는 정치적 긴장관계 등 체제 전환과정에 대한 보다 입체적인 분석이 미흡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각국의 체제 전환과정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설명에 비해 국가간 비교분석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탈사회주의 체제전환에 대한 본격적 연구서로 비교사회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연구, 특히 북한연구에 자극이 될 것이다. 사회주의권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사회주의의 시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며,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통일을 이뤄야 할 우리에게 탈사회주의 변동에 관한 연구는 실천적 함의를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사회학 hbcho@kin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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