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현장]서울시도 추진하는 텐트극장

  • 입력 2004년 1월 7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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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 앞에 특이한 극장이 생겼다.

극장은 극장인데 텐트로 된 극장, 관객을 찾아 이동하는 극장이다. 그렇다고 1960, 70년대 서커스단의 허름한 천막을 생각하면 안 된다.

1500명이 들어가는 초대형에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12월 2일부터 세계적인 뮤지컬 ‘캣츠(cats)’ 공연이 열리고 있다.

서울에서 처음 열린 텐트극장 공연 캣츠를 6일 관람하며 텐트극장이 어떤 곳인지 이모저모 살펴봤다. 서울시는 상반기에 도봉구 창동 운동장에 텐트극장을 설치할 예정이다.

▽초대형, 최첨단=호주에서 빌려 왔다는 검은색 텐트극장의 입구로 들어서면 티켓박스가 있고 이를 지나면 폭 22m의 타원형 로비가 있다. 양쪽에는 화장실이 있고 오른쪽에는 분식과 햄버거 등을 파는 카페테리아까지 있다.

공연장은 지름 45m의 대규모 원형극장으로 공연에 따라 좌석 수는 달라진다. 이번 캣츠 공연에는 모두 1500석의 좌석이 배치됐다.

텐트의 소재는 일반텐트의 재질과 비슷한 비닐이지만 그 두께나 강도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화재에 대비해 방염처리와 내열성, 내연성 실험을 거쳤다. 겨울엔 영하 20도까지 견딜 수 있다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 실제로 공연이 시작된 뒤 텐트 내부는 웃옷을 벗어야 할 정도로 따뜻했다.

▽“짜릿한 현장감 있지만…”=텐트극장의 최대 장점은 무대와 객석이 매우 가까워 관객과 배우가 하나 되는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캣츠에서도 고양이로 분한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생생히 보였다.

김석국 총제작감독은 “어느 자리에 앉아도 무대가 잘 보이며 장소 자체가 주는 친밀감 때문에 일반 공연장보다 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하나같이 좌석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앞뒤 간격은 괜찮은데 옆사람과는 어깨가 닿을 정도로 간격이 좁다. 2시간 이상 지속되는 공연을 보면 엉덩이와 허리가 뻐근해진다.

이날 공연을 본 교사 전현자씨(29·여·경기 고양시)는 “관객 수에 비해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또 출구가 하나밖에 없고 비상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아 사고가 날 경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텐트극장이라고 해서 티켓 가격이 쌀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가격은 철저히 공연물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텐트가 한 번 이동하는 데는 2억원가량이 든다. 시설을 설치하는 데는 2∼3일, 철거에는 하루 종일 걸린다. 수지타산이 맞으려면 한 장소에 1년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것. 이번 공연은 2월 15일까지 계속된다.

서울시 안승일(安承逸) 문화과장은 “공연 수요는 늘어났는데 공연장이 너무 부족하다”며 “전문공연장 건립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 대안으로 텐트극장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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