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조미영/“이민 안갈래요”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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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
“이민가지 마세요!”

최근 TV에서 많이 듣는 광고카피다. 요즘 필자 주위의 핫이슈도 단연 ‘이민’이다. 동료들은 이민가고 싶은 나라의 경제사정과 교육현실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토론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다. 특히 간호학과는 관련 업무의 특성상 미국간호사면허증을 취득하면 현지 정착이 빠르며 안정적인 고소득의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는 것 같다.

이처럼 열띤 이민 찬반 논의 속에 있으면 ‘나도 확 이민이나 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내 아이가 선진교육을 받고 필자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시 한 단계 높은 학위 취득에 도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경쟁’ 메커니즘과 이와 연동하는 사교육비의 부담, 언제 퇴출될지 모르는 직장과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는 물가가 우리 같은 소시민들로 하여금 이민가고 싶은 마음을 부추긴다.

그러나 동료들의 달콤한 유혹과 스스로의 분명한 동기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이민을 계획한 적이 없다. 한국 사회가 아무리 절망적이라 하더라도, 경제력이 없어진 늙은 부모를 버릴 수 없는 자식처럼 아직은 이 사회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미련은 다름 아닌 추억이며 사람들과 부대끼며 공유했던 동시대적 감상이다. 어린 시절 소풍가던 길에 올려다본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공부에 대한 열정을 일깨워준 첫사랑 국어 선생님의 가르침, 농촌봉사 활동 때 별이 총총한 밤하늘 아래 물결치던 벼이삭 소리 등이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추억들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만나게 될 필자의 평범한 미래상이기도 하다. 졸지에 접촉사고를 당해 한바탕 싸움을 할 요량으로 마주친 사람이 초등학교 친구일지도 모르고, 아이가 자라서 들어갈 대학이 내가 졸업한 대학일지도 모를, 삶의 보너스 같은 그런 작은 이벤트들은 바로 이 땅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래서 필자는 오늘도 동료들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먼저 가서 성공하면 연락해! 그땐 나도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뭐∼!”

조미영 한국간호평가원 교육평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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