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김완준/大邱에도 오페라가 있다

  • 입력 2003년 11월 10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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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은 대구지역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막을 여는 날이었다. 국내 두 번째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연 것이다. 그동안 지방에는 적절한 오페라 공연 공간이 없었다. 지방의 오페라 애호가들이 제대로 된 오페라를 보기 위해선 입장료 외에 서울까지의 교통비 등 적지 않은 추가비용을 부담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구오페라하우스의 개관은 지역의 문화적인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 지역간의 균형 있는 문화 발전을 촉진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설이 지역기업에 의해 건립돼 대구시에 기부됐다는 사실도 자랑스럽다. 지방의 문화재정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며 기회비용의 측면에서도 문화시설 투자는 다른 분야에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그 기업의 문화의식은 지역은 물론이고 우리 문화예술계 전체에도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예술시장의 문제다. 요즘 같아서는 지방의 예술상품 구매력이 중앙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유명인사나 세계적인 단체는 지방공연을 회피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양상은 문화적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방문 공연단체가 입장권 가격을 지방의 예술시장 구매력에 맞게 설정하거나 중앙정부가 각종 공연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함으로써 지방에서도 우수 공연을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앞으로 경부고속철이 개통되면 지방과 중앙의 거리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오히려 지방의 예술구매력이 중앙으로 더욱 집중돼 문화적 편중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지방에서도 좋은 공연이 많이 제작되고 유치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국토의 균형발전과 문화의 민주화를 위해서다.

지난달에는 대구오페라 축제를 비교적 성공리에 마쳤다.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에 주최측뿐 아니라 시민 스스로도 놀라워할 정도였다. 음악에 대한 지역사회의 이해가 한 단계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이지만 대구는 명실상부한 문화도시의 길로 접어든 것 같다.

김완준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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