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현장]방배동 무허가 비닐하우스촌 '두레마을'

  • 입력 2003년 11월 4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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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방배3동 고급주택가에 둘러싸인 ‘무허가 비닐하우스촌’ 두레마을. 최근 서울시는 이 땅을 공매하기로 결정했다. -원대연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3동 고급주택가에 둘러싸인 ‘무허가 비닐하우스촌’ 두레마을. 최근 서울시는 이 땅을 공매하기로 결정했다. -원대연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3동 상문고등학교 뒤편.

보기에도 으리으리한 주택 사이로 난 골목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곳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판잣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과 함께 대표적인 강남 무허가 비닐하우스촌으로 불리는 두레마을이다.

시 체비지, 교육청 부지, 공원 부지 등이 뒤섞인 3000여평의 땅에 주민들이 자리 잡은 지는 40년도 넘었다. ‘허가받지 않고 무단으로 점유했으니 나가라’는 시·구와 ‘수십 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고 갈 곳도 없다’며 버티는 주민들이 팽팽하게 맞섰던 이곳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시가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해 이 지역의 체비지 1500평을 공매하기로 결정한 것. 주민들은 이제야 이 땅에서 합법적으로 살 수 있게 됐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판자촌이 아파트단지로=주민들이 시의 공매 결정을 환영하는 것은 “재개발을 통해 살길을 마련할 수 있도록 땅을 팔아 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을 시가 들어줬기 때문.

이는 3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이 주민과의 면담에서 약속했던 사항. 주민들은 이것이 사실상 자신들에게 이 땅을 넘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주민 대표인 오균배씨(60)는 “2001년부터 추진했던 일들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것”이라며 “㈜현대건설이 재개발에 합의하면서 주민들의 살길도 마련해주기로 약속했다”고 기뻐했다.

서초구청 고태규(高泰奎) 도시정비과장은 “시가 평당 1000만원에 땅을 내놓아 부지 매입에만 최소한 150억원 이상이 들 것”이라면서 “현대측이 땅을 매입해 아파트를 세우고 주민들에게 입주권이나 이주비용을 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낙관은 금물=그러나 두레마을 부지가 투자가치가 높은 땅으로 소문나면서 이곳을 노리는 부동산투자자들이 적지 않아 주민들이 낙찰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5일 오전 두레마을을 찾았을 때도 주민들은 낯선 이방인을 매우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주민 이분엽씨(65·여)는 “낯선 사람들이 몰려와선 한참 숙덕거리다 돌아가곤 한다”면서 “이제 겨우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되려는데 잘 안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 관계자는 “주민 요구대로 공매하기로 결정했지만 매물이 좋아 낙찰받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만약 다른 사람에게 땅이 넘어가면 주민들이 반발할 것이어서 문제가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방배3동 시 체비지의 공매는 6일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있을 예정이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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