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 선동렬 해프닝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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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이맘때다. 당시 삼성은 시즌 막판인 9월3일 LG와의 잠실 연속경기 도중 백인천 감독을 귀가 조치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건강마저 악화된 백 감독의 중도 퇴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 그러나 워낙에 사안이 중대했던 만큼 프런트 고위 간부의 ‘내용 증명’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이날 삼성과 연락이 닿은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 책임 있는 간부 직원들이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버렸기 때문. 다음 날 아침에야 통화가 된 이들은 “잠실구장은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곳인데다 연속경기를 치르는 바람에 배터리가 떨어져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같은 날 LG 직원들의 휴대전화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이에 기자는 ‘삼성의 애니콜이 LG 프리웨이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후속 기사를 썼고 삼성 프런트는 그룹 차원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뜬금없이 옛날 일을 꺼낸 이유는 올해 스토브리그가 꼭 그때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올 가을 프로야구는 이미 사령탑이 2군데나 바뀌었고 ‘선동렬 태풍’이 한바탕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을 앞둔 구단이나 하마평에 오른 인사의 휴대전화는 예외 없이 꺼져 있었다. 그나마 기자의 입장에선 선동렬 코치와는 계속 선이 닿아 다행이었다.

문제는 이러다 보니 한 발이라도 앞서가려는 일부 언론에서 추측 기사와 오보가 난무했다는 점. 삼성으로 간 선동렬 코치가 바로 전날 LG 감독이나 코치가 될 것이란 보도가 나온 게 대표적인 경우다. 롯데 양상문 감독도 수석코치로 내정했던 두산 김경문 신임감독과 연락이 되지 않아 7일 밤엔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언로(言路)가 막혀 문제가 생긴 것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8일 낮 김병현이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다는 오보가 나온 것이 그렇다. 물론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띄운 언론이 전적으로 잘못한 것이지만 현지에서 동고동락하는 특파원들과 대화를 단절한 김병현에게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덧붙여 지난 3일 귀국한 박찬호가 열흘이 지나도록 언론을 통한 팬과의 만남을 거절하고 있는 것 또한 공연한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크다.

사족 같지만 한 마디만 하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봤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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