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19>義 捐 金(의연금)

  • 입력 2003년 9월 23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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義 捐 金(의연금)

義-옳을 의 捐-버릴 연

微-작을 미 (늠,름)-쌀광 름

(국,육,죽)-팔 육 恤-불쌍할 휼

漢字(한자)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고 部首(부수·일명 변)는 漢字의 뿌리로 뜻을 좌우한다는 것을 여러 번 설명한 바 있다. 예로부터 羊(양)은 吉祥(길상)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羊자로 이루어진 한자는 좋은 뜻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善(착할 선) 祥(상서로울 상) 美(아름다울 미) 羨(선망할 선) 등.

義도 그렇다. 正義(정의) 道義(도의) 義理(의리). 대개는 名分(명분)의 뜻이나 놀랍게도 ‘가짜’의 뜻도 있다. 義足(의족)이니 義齒(의치). 義父(의부)가 그런 경우다. 물론 義捐金의 義는 ‘정의’ ‘의리’의 뜻이다.

捐은 재미있는 글자다. 손을 뜻하는 수(수)와 장구벌레를 뜻하는 /(연)의 결합이므로 ‘손으로 장구벌레를 잡는 것’을 뜻한다. 장구벌레는 물에 사는 작은 벌레다. 보잘 것 없는 微物(미물)로 쉽게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잡으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버린다. 곧 捐은 ‘조금도 애석한 생각 없이 버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義捐이라면 ‘의롭게 버린다’가 되어 慈善(자선)이나 公益(공익)을 위해 아낌없이 寄附(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마치 장구벌레를 버리듯 무엇을 기대한다거나 아까운 생각 없이 그저 精誠(정성)과 人情(인정)으로 寄附하는 행위다. 이 때 寄附하는 것이 돈이면 義捐金, 物品(물품)이면 義捐品이 되겠다. 물론 義를 위해 생명을 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을 捐命(연명)이라고 한다. 지금의 장기기증쯤 된다고나 할까. 또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 공무원이나 정액 봉급자들로부터 일정액을 떼어 보태곤 하는데 그것을 捐(늠,름)(연름)이라고 했다.

옛날 중국에서는 국가적 재난이나 대규모 토목공사가 있을 때 財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捐納(연납)이라는 고약한 방법을 동원했는데 富豪(부호)들에게 돈이나 곡식을 바치게 하여 그에 따라 官職(관직)을 내렸던 제도였다. 일종의 賣官(국,육,죽)爵(매관육작)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자고로 人情 많고 이웃의 苦痛(고통)을 내 苦痛으로 아는 美德(미덕)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天災地變(천재지변)을 당하면 위로 왕은 內帑庫(내탕고)를 풀어 백성들을 救恤(구휼)하였고 아래로 백성들은 서로 서로 힘을 합쳐 도왔다. 소위 患難相恤(환난상휼)이 그것이다. 물론 그런 아름다운 전통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 전통을 더욱 살려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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