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우동식/우리 說話의 국제경쟁력

  • 입력 2003년 9월 18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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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식
8월 13일 개막돼 10월 23일까지 계속되는 ‘2003 경주문화엑스포’는 지역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동안의 지역축제는 특산물 판매, 먹을거리 장터, 그리고 놀이마당 등이 어우러져 ‘가벼운 문화’로 흐른다는 지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경주엑스포는 신라의 화랑 기파랑과 선화낭자의 사랑이라는 전통 소재에 최신의 정보기술을 접목해 4차원 입체 동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지역 문화축제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필자는 얼마 전 엑스포 프로그램의 하나로 기획된 ‘설화의 현장 따라 경주 기행’ 중 ‘신라 여성과 사랑’ 코스에 참가했다. 오랜만에 보는 참신한 문화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 위덕대 국문학과가 기획한 이 프로그램은 우리의 전래 설화(說話), 즉 이야기도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독일의 문호 괴테를 키운 사람은 밤마다 어린 그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그의 어머니였다고 한다.

우리 설화를 활용한 문화 콘텐츠는 오늘날에도 훌륭한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예컨대 경주 ‘월정교터’를 중심으로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입체 영상으로 복원한다면 또 하나의 매력 있는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통 문화와 유적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허술하기만 한 경주 낭산의 선덕여왕릉 가는 길은 당장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귀교터(두두리들), 양존사터(효양방), 호원사터도 정확한 위치에 대한 고증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신라는 1000을 유지한 왕국이기에 많은 이야기 자원을 갖고 있다. 이런 풍부한 자원을 경쟁력 있게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작업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이번 경주 엑스포뿐 아니라 앞으로도 신라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계속 마련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이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해준다면 경주는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동식 경북 고경중 교사·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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