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도그빌'…순수한 시골? 잔인한 인간!

  • 입력 2003년 7월 28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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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휴머니즘 이면에 가려진 허위와 가식을 그린 영화 ‘도그빌’ 사진제공 프리비젼
미국의 휴머니즘 이면에 가려진 허위와 가식을 그린 영화 ‘도그빌’ 사진제공 프리비젼
영화 ‘도그빌’(Dogville)이 5월 칸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올랐을 때, 현지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자들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미국을 소재로 한 3부작 중 첫 작품인 이 영화는 미국의 위선과 가식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리에 감독은 “미국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미국에 대한 나의 느낌과 지식을 담은 영화”라며 미국 기자들의 질문에 응수했다.

1930년 미국 록키산맥에 있는 오지 ‘도그빌’. 갱단에 쫓긴 그레이스(니콜 키드먼)가 이 마을로 도망쳐 온다. 그레이스의 미모에 반한 톰(폴 베타니)은 주민을 설득해 그레이스를 숨겨주기로 한다. 그레이스는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다.

그러나 그레이스를 찾는 현상 포스터가 나붙고 경찰과 갱단이 마을에 들이닥치면서 주민들의 잔인한 본성이 드러난다. 그레이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남성들의 성적 노리개가 될 것을 강요한다. 그의 목에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개목걸이가 채워진다.

“오만은 가장 나쁜 것”이라는 그레이스의 말처럼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미국의 오만함을 비난한다. 도그빌 사람들은 겉으론 순진해 보이지만, 그레이스의 약점을 포착하면서 잔인해진다. 그레이스가 유일하게 믿었던 톰조차 갱단에 매수돼 거처를 알려준다. 모두 공범이 되는 현실에서 아무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도그빌 사람들을 미국에 빗댔다.

“철저히 주관적인 영화”라고 감독이 밝혔듯 이 영화의 주제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연극과 소설을 접목시킨 실험적인 스타일은 평가받을만하다. 창고 건물의 바닥에 흰 선을 그은 뒤 톰의 집, 진저의 가게, 엘름 거리라고 써놓았고 그 속에서 배우들은 2시간 58분동안 나온다. 담도 없고 벽도 없다.

트리에 감독은 “인물의 내면 심리를 적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이런 세트를 고안했다”고 말했다. 다른 볼거리가 없으니 관객이 등장 인물의 심리에 곧바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또 아홉 개의 챕터로 나뉘며 내레이터가 소설같은 지문을 읽는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 ‘어둠 속의 댄서’ 등과 마찬가지로 여성을 극한의 고통으로 내모는 트리에 감독의 악취미는 여전하다. 그레이스가 집단의 광기에 지쳐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관객을 더욱 불편하게 한다. 18세 이상 관람가. 8월 1일 개봉.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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