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시대]<8>부동산도 간접투자

  • 입력 2003년 5월 21일 18시 16분


코멘트
A:“1억6000만원에 분양받은 그것? 1년 6개월 만에 2억4000만원 됐으니 평균 정도지 뭐.”

B:“아, 역시 큰돈은 부동산 투자를 해야 버는구나!”

C:“너도 한번 해 보지 그래?”

B:“한 1억원 정도 목돈만 있다면야….”(한숨)

30대 중반 회사원들의 대화다.

▽부동산은 ‘불패(不敗)’인가?=그렇지 않다.

4월 말 현재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값은 1989년 12월 이후 270%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 전체의 아파트 값은 평균 140% 오르는 데 그쳤다. 일부 지방의 아파트 가격은 1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뒷걸음치고 있다. 전국 땅값도 1990년 이후 13년간 24.5%밖에 오르지 않았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1980년에 100만원 하던 땅이 2001년 말 119만6500원으로 올랐다. 같은 돈을 3년짜리 정기예금에 들면 278만3900원으로 늘어나며 3년 만기 회사채에 투자하면 504만8300원, 주식 인덱스펀드에 넣었다면 212만2700원을 만질 수 있었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부동산 불패’는 없었다. 뭔가 있었다면 ‘아파트 불패’요, 더 정확히 말하면 ‘서울 강남아파트 불패’였다”고 말한다.

부동산시장에서 강남 아파트는 주식시장에서의 대형 우량주와 비슷하다. 값이 오를 때 많이 오르고 떨어질 때 덜 떨어지는 점도 그렇고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바뀌는 고비마다 전령사 역할을 도맡아 하는 점도 닮았다.

그런데도 ‘부동산 불패’ 신화가 회자되는 것은 한 번 성공하면 팔자를 고칠 정도로 목 좋은 부동산이 엄청난 자본이득(매매차익)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는 아무나 하나?=4월 초 코스닥증권시장에서 쫓겨난 어느 종목의 퇴출 직전 주가는 10원이었다. 지금도 1000원 미만 주식이 수두룩하다. 개인들에게 한정 판매되는 채권의 최저 투자금액은 수백만∼수천만원이지만 채권형 펀드의 기본 투자단위는 1원이다.

반면 부동산 투자의 ‘입장료’는 보통 수천만원이다. 그래서 “부동산 투자는 돈 놓고 돈 먹기”라는 말을 듣고 ‘투기’라는 비난을 자주 산다.

물론 은행권의 부동산신탁이나 리츠(REITs)라는 간접투자상품을 이용하면 수십만∼수백만 원으로도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신탁 상품은 발매 한두 시간 만에 동이 날 정도로 공급이 절대 부족하다. 지금까지 4가지가 나온 리츠 상품도 기업의 구조조정을 돕는 데 치우친 탓에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간접투자 시대가 열린다=이르면 10월부터 부동산 투자의 문턱이 크게 낮아진다.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자산운용업법’이 통과되면 수십만원으로도 빌딩과 아파트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니라 투신운용사가 부동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부동산형펀드’(부동산간접투자기구)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부동산형펀드는 지금의 주식형펀드나 채권형펀드처럼 청약을 통해 주주를 모집하며 전문가(부동산 펀드매니저)가 돈을 운용한다. ‘부동산형’이니만큼 부동산의 개발, 임대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이 일정비율(70%가량)을 넘어야 한다. 아울러 부동산은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환금성이 떨어지므로 개발 사업에 자기자본의 30% 이상을 투자할 수 없는 제한이 따른다. 일단 투자자금 모집이 끝나면 문을 닫아걸고 중도환매를 하면 수수료를 많이 물리는 것도 주식 및 채권형 펀드와 다른 점이다.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 안창국 사무관은 “부동산형펀드는 부동산 이외에 주식 채권 파생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원본보전형상품 등 다양한 퓨전 상품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투자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테크의 새 흐름=주식 투자자는 오로지 주식만, 부동산 투자자는 부동산만 바라보는 것이 지금까지의 재테크였다. 아파트 분양받을 때는 은행 돈 빌리기가 기본이었고, 주식 투자를 하면 한두 종목에 몰아넣어야 직성이 풀렸다. 한마디로 ‘몰빵투자’요, ‘차입투자’였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재테크를 중시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마이너스 실질금리 시대에는 치고 빠지기 식의 틈새투자의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 이상영 대표는 “부동산 투자에서도 화끈한 매매차익을 노리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수입을 거두는 투자 방식이 큰 흐름이 될 것”이라며 “부동산형펀드 덕분에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할 수 없는 장기 분산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투자회사 비교
구분부동산투자회사
(일반 REITs)
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CR REITs)부동산간접투자기구
주요 업무부동산 간접투자구조조정 촉진부동산 간접투자
회사 형태실체 있는 회사명목회사(페이퍼 컴퍼니)페이퍼 컴퍼니(폐쇄형 펀드)
존립 기간영속적대부분 5년 이내영속적
투자 자산70% 이상 부동산70% 이상 구조조정용
부동산에 투자
일정비율(70% 예정) 이상 부동산, 나머지는 주식 채권파생상품
세제 혜택주식회사보다 범위 넓지만CR 리츠나 부동산간접투자기구보다 적음법인세 면제 등 세제 혜택범위 큼. 취득 등록세면제법인세 면제. 취득 등록세 면제 여부는 미정
현황아직 인가 받은 회사 없음지금까지 4개 회사가 인가 받음2003년 10월부터 법 적용 개시 전망
투자 요령공모에 참여하여 주주가 된 뒤 배당수익을 거둠. 유통시장에서 매매 가능.
환매는 주식형 및 채권형 펀드에 비해 까다로움
자료:투자신탁협회, 재정경제부

이철용기자 lcy@donga.com

▼日 '부동산 버블'과 한국 ▼


1985∼1990년에 일본 주가는 3배, 일본 주요도시의 땅값은 4배 뛰었다. “재테크를 못하면 경영자라 할 수 없다”는 칼럼이 인기를 끌고 해외 경매시장에서 일본 갑부들은 고흐나 세잔의 명화를 싹쓸이했다.

1990년대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1990년경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일본 도쿄 중심지의 땅값은 1995년 이미 50% 이상 떨어져 있었다. 그 여파로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일본 정부는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금융 부실→경기 위축→소비 및 투자 감소→기업 부실→금융 부실’의 악순환이 꼬리를 물면서 일본 경제는 10년여의 장기침체에 빠져들었다.

한국과 일본의 ‘부동산 거품’ 발생과 심리적인 면에서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내가 산 부동산(주식)을 누군가 더 비싼 값에 사주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앞 다퉈 사고팔면서 값을 높여가던 중 어느 한순간 연결고리가 끊긴다. 그리고는 더 이상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외환위기 직후 한국의 부동산 가격도 단기간에 크게 떨어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와는 맥락이 달랐다. 한국의 경우 지나친 급등에 따른 후유증이 아니라 외환위기에 따른 유동성 감소가 주요 원인이었다. 외환위기→외국인 투자 철수 및 구조조정 개시→경기 위축→부동산 수요 감소가 문제였다. 또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선진국의 3분의 1 또는 2분의 1 수준에 그쳐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의 부작용도 적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2001년 5월 이후 벌어지고 있는 서울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급등이 한국판 부동산 버블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저금리 하에서 급증한 담보대출이 가격 급등을 떠받치고 있고 정부의 대응 방식이 1990년대 초 일본의 버블 붕괴 직전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명지전문대 부동산경영학과 서후석 교수는 “아파트 값을 잡겠다는 강경 대응 제스처를 쓰면서도 경기 진작을 명분으로 금리를 내리는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대응이 1980년대 말 일본 정부를 연상케 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최근 아파트 가격 급등은 전적으로 금리 인하에서 비롯됐다”면서 “아파트 가격이 금리 인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올라 아파트 관련 대출 비용이 크게 늘었고 가계소득도 불황 여파로 정체를 보이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리츠상품 어떤게 있나 ▼

상장된 리츠상품 개요
교보메리츠코크렙1호코크렙2호리얼티코리아 1호
존속기한2007년1월2007년5월2007년10월2008년4월
구성자산내용대한항공 연수원,
사원아파트 1114세대
한화, 대아,
대한빌딩
신원, 하나로
빌딩
엠바이엔, 세이백화점,
로즈데일 빌딩
배당률작년 하반기 3.74%
(연 7.75%)
반기기준 5.85%
(연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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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회사JW에셋KORAMCOKORAMCO리얼티어드바이저스코리아
자료:삼성증권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얻는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상품은 국내에선 4가지가 상장돼 있다.

이들은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Riets)에 속한다. 기관 및 개인투자자에게서 돈을 받아 구조조정용 부동산에 투자하고 거기서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만기가 되면 보유 부동산을 처분해 최종 수익금을 돌려준다. 이때 제값을 못 받을 것에 대비해 원매도자측에 되팔 수 있는 ‘풋백옵션’을 체결해 놓기도 한다.

대부분 고정된 임대료 수익을 주수입원으로 하고 있어 주가 변동이 작고 거래량도 적다. 공모 때 들어가서 1년에 두 번 실시하는 배당수익을 노리는 것이 투자포인트. 리츠의 배당 수익률은 연 7∼10%로 채권보다 높다.

지난해 1월 설정된 교보메리츠는 대한항공 연수원과 1100여가구의 사원아파트로 자산을 구성한 5년 만기 상품으로 작년 말에 3.74%(연 7.55%)를 배당했다.

지난해 5월과 11월에 각각 상장된 코크렙 1호와 2호는 한화, 대한, 신원, 하나로빌딩에 투자한다. 1호는 지난해 5.85%(연 11.7%)를 배당했고 2호는 아직 배당을 하지 않았다.

13일 상장된 리얼티코리아 1호는 세이백화점과 로즈데일백화점 빌딩으로 구성된 신상품. 이 밖에 ‘유레스메리츠’ 상품도 상장을 추진 중이다.

리츠의 가격은 대체로 5, 6월과 11, 12월 배당이 끝난 뒤 급락한다. 신규투자자는 배당 직후를 매수 시점으로 잡는 것이 좋다.

투자할 때는 먼저 투자하는 빌딩의 브랜드 가치, 공실률과 주변 여건 등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설립 주체가 건설교통부의 인가를 받은 기관인지 여부도 확인한다.

리츠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 정도의 성격을 지녔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배당금이 줄고 주권 형태이므로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마이너스 금리 시대-제1부 글 싣는 순서 ▼

1. 불안한 노후생활(4월3일)

2. 라이프 사이클 재테크 시대(4월10일)

3. 재테크의 패러다임 시프트(4월17일)

4. 원금보전형 상품, 꼼꼼히 따져야(4월24일)

5. 해외투자펀드, 허와 실(5월2일)

6. 세금을 알면 재테크가 풀린다(5월9일)

7. 따뜻한 노후 맞이 전략(5월15일)

8. 부동산도 간접투자

9. 자산획득전쟁의 틈새 공략하기

10. 맞춤형 재테크

<이 시리즈는 Ⅰ부에 이어 Ⅱ, Ⅲ가 계속되며 매주 목요일에 게재됩니다. 5월1일과 5월8일은 공휴일이어서 부득이 5월2일과 5월9일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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