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차지완/"청약과열로 비춰지면 안되는데…"

  • 입력 2003년 5월 21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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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저희가 ‘파크뷰’가 될 수는 없잖습니까.”

포스코건설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심정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이 회사는 서울 강북권 최대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더 샵(The #) 스타시티’의 청약을 앞두고 있다. 자랑할 법도 한데 왜 걱정부터 늘어놓을까.

“경기 분당신도시 백궁·정자지구에 분양했던 주상복합 파크뷰가 최근 부동산경기 활황의 신호탄이었잖아요. 스타시티의 청약이 과열돼 파크뷰의 반대 역할을 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청약과열이 빚어져 분양권 전매 금지라는 조치라도 나온다면….”

요즘 건설회사의 주택사업 담당자들은 ‘고민 중’이다. 자신들이 분양해야 할 상품을 드러내놓고 홍보하자니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든 분양은 해놓고 볼 일이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요즘 부동산시장을 들여다보자. 정부와 시장 사이에 ‘두더지 잡기’ 게임이 진행 중이다. 한 곳을 내려치면 다른 곳이 불쑥 튀어나온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자 자금이 비(非)투기과열지구와 주상복합으로 몰렸다.

이에 따라 건설회사는 ‘자율적으로’ 청약 과열 방지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포스코건설은 청약증거금을 1인당 3000만원으로 올렸다. 또 청약창구도 모델하우스 한 곳이 아닌 은행 지점 60개로 분산시켰다. 모델하우스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자의 모습도 청약 과열로 비칠까 두렵다는 이야기다.

경기 수원시에서 ‘로얄팰리스’ 분양을 앞둔 신영도 청약방식을 선착순이 아닌 공개청약으로 결정했다. 청약 과열을 방지하고 실수요자에게 공정한 당첨 기회를 주겠다는 설명이다. 최근 서울 마포에서 ‘트라팰리스’를 분양했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도 청약 과열이 내심 걱정됐다는 후문이다. 회사 내부에서 청약경쟁률조차 공개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을 정도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억제대책’, 분양회사는 ‘청약 과열 방지대책’이라는 망치를 꺼내 들었다. 두더지는 어디서 또 고개를 쑥 내밀까. 최근 쏟아지는 대책이 시중에 떠도는 자금 규모를 무시한 채 지나치게 협소한 부분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 이런 의문이 든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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