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동승', " 엄마…" 산사 울리는 동승의 메아리

  • 입력 2003년 4월 7일 18시 14분


코멘트

‘동승’(童僧)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담고 있는 영화다. 주경중 감독(43)은 위암 선고를 받은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기획안을 떠올렸다. 이 영화는 주 감독의 늦깎이 데뷔작.

아홉 살 꼬마스님 도념(김태진)은 태어난지 얼마 안돼 절에 맡겨졌다. 도념은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나 “키가 조금만 더 자라면 온다”던 엄마는 오지 않는다. 도념은 어느날 절을 찾은 한 중년 여성에게서 엄마를 떠올린다.

도념과 함께 생활하는 정심(김민교) 스님은 20대 총각 스님. 그는 밤마다 허벅지를 대바늘로 찌르며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다스려보지만 쉽지 않다. 그는 큰스님(오영수)에게 “마음 속에 타오르는 불길은 어떻게 잡아야 합니까”라고 묻지만 “차나 한잔 마시라”는 심드렁한 대답에 갈피를 잡지 못한다.

감독은 도념 등 세 스님이 빚어내는 에피소드를 때론 코믹하게, 때론 진지하게 엮었다. 도념은 산밑에 사는 아이들의 주변을 서성이나 놀림감이 되기 일쑤다. 친구가 준 닭고기를 먹고 큰 스님에게 꾸중을 들은 도념이 언덕에 올라 목청껏 “엄마!”를 외치는 대목은 뭉클함마저 준다. 정심 스님이 큰 스님에게 포경수술을 시켜달라고 조르는 과정이 다소 길긴 해도 영화의 감초 역할을 한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전 상하이와 베를린 등 15개 국제영화제에서 초청받았다. 경북 안동의 봉정사, 강원 오대산의 월정사, 전남 순천의 선암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계의 풍광이 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7년에 걸친 주 감독의 고생도 화제다. 그는 이 영화에 투자받을 수 없어 자기 집과 아버지 집까지 팔아 7억여원의 제작비를 충당했다. 사채 빚 3000만원도 얻어썼으며 카드 10개로 ‘돌려막기’를 하기도 했다.

감독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주인공 김태진군의 키가 크는 것. 한창 자랄 때인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중학교 1학년때까지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주 감독은 “저 녀석(김태진)이 밥 많이 먹는 거 볼때마다 속이 바짝바짝 탔다”고 말했다.

주 감독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부활의 노래’(1993)를 제작하기도 했다. 전체관람가. 11일 개봉.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